아이들의 웃음소리, 끼룩끼룩 갈매기떼 나는 소리, 바닷바람 맞으며 오래간만에 가슴이 뻥 뚫린 엄마가 이 모습 저 모습 담느라 요란하게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소리, 처녀 총각 손에 손을 잡고 걷는 낭만의 소리, 수족관에 갇힌 낙지들의 요란한 몸부림과, 주인장 따라 나온 강아지들의 반란의 질주까지.

 

지난 17일 오후 찾아본 왜목마을 해수욕장이 왁자지껄 요란하다.

 

아이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바닷물 떠다 모래반죽을 해 성을 쌓는다. 준비 없이 나온 아이들의 신발과 양말이 이미 젖은 지 오래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래놀이는 엄마 아빠를 동심으로 안내하고, 하하 호호 요란한 웃음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중년의 동창생들이 추억의 흑 파먹기 게임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버텨주는 아이스크림 막대에 박수치고 환호하며 그렇게 동창생들과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있다.

 

정 많은 한 할아버지는 미쳐 생각 못했는지 매운맛 새우깡을 사들고 와 갈매기떼에 나누고 갈매기는 끼룩끼룩 맵다고 야단법석이다.

 

여기저기 바람막이 텐트가 놓이고, 어느 집 두 손녀딸 앉을 분홍 간이의자는 할아버지가 사랑으로 곱게 펼친다.

 

굳이 돗자리가 없어도 모래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바닷바람 맞으며 나누는 이야기는 꿀맛이다.

 

한쪽에서는 아빠가 이미 높이 띄워 준 연을 붙들고 그저 손맛을 보고 있는 어린이의 표정이 괜스레 의기양양하고, 푸른 창공을 나는 연 보다 더 높이 날며 갈매기 덩달아 으시댄다.

 

뭍 위에 올라 앉은 고깃배도, 출렁이는 파도도, 어쩌다 매운 새우깡 간식으로 받아먹은 갈매기도 도시 촌놈들의 사진 배경이 되어주느라 쉴 새 없다.

 

‘밖에 나오면 남자들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느 집 아낙네는 텐트 설치하려 준비하는 남편 보란 듯이 주머니에 손 넣었다.

 

지나가는 차량에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밥 먹는 시늉 해가며 호객하는 총각 모습도 정겨운 왜목마을해수욕장이 봄나들이 나온 관광객들에게 적잖은 추억을 선사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