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춘 시인(야우)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빗소리를 들으며

너무나 어렵게 맨발로 뛰었던

시래기죽 시절의

쌀알 들끓는 소리를 마셔봅니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제사상에 오르려고

벽장 속에 숨어들어 곰피던

저만 아는 감칠 맛

곶감 훔쳐 먹기 입맛다셔봅니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꼬리 감춘 추억들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따리 풀어

하나하나 음미해 짝맞춰봅니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혓바닥 밑에 끈적거리는

그리움 핥아

생각을 되새김질해

단물 나오면 몰래 삼켜봅니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빗소리 속에서 들리어오는

그리운 님 목소리에 귀기울여

가슴에 담아

그 빗소리 죄다 받아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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