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내리는 3일 저녁 당진 한 중화요리집 사장님이 자장면 배달 하는 모습.

3일 오전부터 하루 종일 가을을 알리는 단비가 주륵 주륵 내립니다.

 

일하다 말고 오후 어느 때 잠시 창밖을 내다보니 아들놈 보다 일찍 출근한 엄마의 ‘우산 꼭 챙겨가라’는 당부말씀 까마득히 잊고 학교에 간 어느 집 철부지 초등학생이 하굣길 가방을 머리에 이고 잽싸게 달려보지만 온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한시도 비울 수 없는 일선에서 우산 들고 마중조차 나갈 수 없는 엄마의 마음도, 눈시울도 함께 흠뻑 젖었겠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농사일에 늘 분주하시던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비가 내려도 택배아저씨 어김없이 아파트 후문을 들어서고, 우체부 아저씨도 서둘러 집집마다 벨을 누릅니다. 비가 내려도 우비 걸친 농부님은 논두렁 삽 들고 다니며 물꼬를 터줍니다. 시퍼렇게 젊은 벼, 빳빳이 고개 들고 건방지게 쳐다보더니 농부님 보살핌에 감동했는지 자꾸만 자꾸만 고개 숙이며 점잖게 익어갑니다.

 

비가 내려도 가정주부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쓰레기 버리려고 우산 들고 나갔는데 비를 맞고 분리수거 하고 있는 경비아저씨의 성실함을 봅니다.

 

마침 우리 동 앞에 덜덜덜덜 소리 내며 젖은 오토바이 한 대가 섭니다. 비가 내려 더욱 분주해진 중국요리집 사장님이 타고 온 오토바이입니다. 우비도 젖고, 모자 속 그을린 얼굴도 이미 흠뻑 젖었습니다. 자장면을 싼 비닐까지도.

 

“비 오는데 정말 수고많으시쥬? 비가 오면 아무래도 배달주문이 더 많쥬? 그래서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나오신거에유?”

 

“그르쥬. 비가 오면 주문이 많아지쥬. 배달도 사실은 몇 배 더 힘들쥬. 그러니께 오늘같이 비가 오면 배달 아르바이트 하는 젊은 사람들은 안하고 싶어 해유. 그 사람들이야 안 나오믄 그만이유. 그치만 사장은 쉴 수 있남유? 아무리 힘들어도 주문이 많으면 신나게 달려유. 내 밥줄이니께유. 장사하는 사람 다 같은 맘이쥬.”

 

한참 배달이 밀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쓰레기를 들고, 또 다른 한손에 우산을 들고 서서는 다짜고짜 묻는 말에 중국요리집 사장님이 엑기스만 쏙쏙 빼서 후르륵 답변을 해주고는 냅다 내뺍니다. 충청도 사람 느리다고 대체 누가 그랬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비가 내려도 소방관 아저씨도, 경찰관 아저씨도 부르는 곳에 달려가 삶의 현장을 누비겠지요.

 

오늘처럼 비가 참 많이 내려도 왜목항을 떠난 어선은 어김없이 만선을 기대하며 그물을 치겠지요.

 

비가 내려도 삽 들고 논두렁을 누비고, 분리수거의 의무를 다하고,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 기꺼이 배달 해주고,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하며, 닻 내려 그물을 치는 그분들의 수고를 서로 알아주고 인정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나시거든 꼭 한마디 인사하자구요. 큰 힘이 될겁니다.

“비 오는데 정말 수고 많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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