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춘 시인(야우)

땅이 너무 쥐어짜 말라

하늘이 너무 달달 볶아

태어남을 포기한 모기

암술 만나지 못한 애호박

선선한 바람의 유혹에

늦바람 나

늦게 맺은 결실

애호박꼭지 빛깔이 곱다

 

때깔 눈요기하고 싶어

가슴에 집어넣고 싶은 향내

폭우에 길길이 자라난

풀잎사타구니에 숨은

그리움 찾아 풀숲 톺는다

 

반지르르한 몸매 찾아

달보드레한 입맛 다셔

노르스름한 향내 더듬어

숲속을 거슴츠레 뒤져보는데

내가 찾는 입맛 보이지 않아

있을만한 곳에 있지 않고

어디에 숨어있는지

애태우는 심정 숨바꼭질이다

 

어둑한 숲속으로 파고들어온

햇귀 베고 누운 갓난애호박

품에 안긴 파르스름한 풋내

보드라운 살결 부끄러운 솜털

수줍음에 막걸리가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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