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박영춘(야우)

늦은 밤 고요한 시간인데

왜 이리 밝은가

창문을 여니

하얀 달이

쓰개치마로 얼굴을 설핏 가리고

하얀 옥구슬 목에 걸고

하얀 옷고름 입술에 펄럭이며

창가로 나를 찾아와

감나무이파리에 하얗게 앉아

바라보는 눈빛 하얗게 빛나는데

나는 웬일인지 몰라 어리뜩하다

 

나는 그만 지레 설레

바람같이 달려 나가

나는 그만 지레 달떠

하얀 달빛을 얼떨결에

욕심껏 껴안으려하는데

하얀 달빛은 그새

침상머리맡에 들어와 환하게 앉았다

 

바람은 조용히 풀잎을 깨워

이슬의 넋 추억을

고독한 방에 은하수같이 펼쳐놓는다

 

막걸리잔과 마주 앉은 추억 앞에

하얀 달빛은 그저

하얀 미소에

하얀 치아만 하얗게 빛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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