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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생생한 교육현장 '바자회'
[1호] 2018년 12월 17일 (월) 11:49:48 전미해 기자 jmhshr@hanmail.net
   
 

“어머니, 서둘러주세요. 바자회에 가야죠. 어머니 바램대로 여름에 제가 신을 샌들이랑 운동화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누구나 늦잠 즐기고 싶은 지난 토요일(15일) 오전 일찍부터 우리 집 녀석을 비롯해 동네 아이들이 떠들썩합니다. 아파트 앞 ‘금메달태권도장’에서 바자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바자회가 열리는데 물품을 판매하기 원하는 친구들은 이미 30분 전에 도착해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작아져 못 입고, 못 쓰는 옷가지와 모자들, 다 읽은 책, 더 이상 필요 없게 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와 예쁘게 진열해 놓았습니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엄마의 도움을 받아 판매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가격이 대박!!! 드루와 드루와!!! 특별판매-자두의 비밀일기장 천원, 프래니책 1권당 천원, 새 렌턴(수면등)충전기 포함 2천원(*새는 새거 아니고 펄럭 새임), 인형 라이언 제외 천원, 키친타올 200원....”

잡화점이라는 대 제목을 달고 구구절절 써놓은 홍보판을 보니 주인장으로 나선 남학생 두 명이 어젯밤 이 문구들을 적으면서 적잖이 들떴겠습니다. 가성비 갑 키친타올 하나 사니까 남학생들 일제히 쌍손 들고 좋아합니다.

어느 집은 판매자로 나선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엄마도 아빠도 어린 동생도 출동했습니다. 사용 않는 새 필통도, 다 읽은 책들도 모조리 천원을 써서 붙이고 어젯밤에 엄마가 직접 만든 수제 머리끈도 전시합니다. 엄마가 직접 떠 준 어여쁜 수세미 서너 개 들고 온 친구에게는 돗자리 한 켠을 내줍니다.

 

“안 쓰는 물건 버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값싸게 팔고, 그 돈으로 내가 필요한 물건을 또 값싸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려고 오늘 바자회 참여했어요. 오늘 아이가 번 돈은 롯데마트 앞에 불우이웃 돕기 모금함에 넣자고 약속했어요.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 아니고 경제교육은 물론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알려줄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라며 “더 자주 바자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아들과 함께 판매자로 나선 한 어머니가 의견을 내놓습니다.

 

한쪽에서 초등학교 5-6학년 쯤으로 보이는 판매자 친구와 4학년 쯤으로 보이는 구매자 친구의 대화가 흥미롭습니다.

 

“이 책을 네가 꼭 사고 싶은데 지금 당장 2천 원이 없어서 못 사는 거잖아. 그럼 언니가 이 책 두 권을 팔지 않고 따로 보관 해 둘테니까 오늘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언제든지 돈이 있을 때 와서 달라고 말해. 언니가 그때 책을 줄게. 알았지?”

 

돈이 없어서 보고 싶은 책을 못 사고 안타까워하는 동생을 위로하면서도 돈을 받지 않고 책을 먼저 내 준 외상도 아니니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할 줄 아는 이 여학생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봤습니다. 나중에 어른 되면 유통업계를 주름잡을 것 같다는 예감이 훅 듭니다.^^

 

일곱 살 한 친구는 오늘 바자회에 내 놓으려고 엄마랑 함께 어젯밤 수제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더 멋지게 써 줄 수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서툰 글씨로 홍보문구를 상자 껍데기에 적었습니다.

“식빵+양배추+계란 건강한 수제샌드위치 500원”

 

이렇게 정성껏 준비한 샌드위치가 과연 잘 팔릴지 염려, 호기심 가득한 눈을 하고 앉았는데 지켜보던 한 어머니가 첫 개시를 해준 덕분에 염려 따위 사라지고 자신감이 급상승 합니다.

“500원짜리 샌드위치 3개니까 1500원이고 만원을 받았고 그럼 8,500원 거스름돈을 드리면 되겠네요.”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는데 네 자리 수 빼기 세 자리 수를 거뜬히 해냅니다. 이 친구에게 적어도 뺄셈은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샌드위치 팔았다!!!”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그 친구에게 샌드위치 하나 사서 입에 물고 돌아보는데 금메달태권도 유용수 관장님이 직원 가족들과 함께 소시지를 굽고, 만두를 쪄 음료수와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익금 일체를 불우이웃 돕는 일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관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듯 아이들이 앞 다퉈 줄을 서서는 망서림 없이 코 묻은 돈 내놓습니다.

 

“엄마, 생각해보니까 이런 방법이 있어요. 먼저 빈 돗자리를 펴요. 그리고 여기 있는 물건들을 다 사들여요. 그리고 제가 돈을 붙여서 되 파는거에요.”

팔 물건이 마땅히 없어 구매자로만 참여하던 우리집 녀석도 판매자가 되어보고 싶었는지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때는 이때라 실제 장사의 원리가 그러하다는 것을 비롯해 도매, 소매의 원리를 주구장창 설명해줍니다.

 

뜻밖에 경제교육을 왕창 받은 우리 집 녀석은 소시지를 많이 사 먹어줘야 관장님께서 더 많은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다면서 제 입에 하나 물고, 평소 친했던 친구들 손에도 소시지며 음료수며 하나씩 쥐어줍니다. 누가 보면 국회의원 출마하는 줄 알겠습니다.^^

 

책 펴들고 가르치는 이론만 교육 아니고, 어른들이 마련해 준 소소한 ‘바자회’라는 행사를 통해서 아이들은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경제를, 나눔을,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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