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신문문화탐방단, 서촌-창경궁-인사동거리를 걷다

15일 오전 8시. 특별한 문화감성충전에 나선 서해안신문 문화탐방단(단장 김진영) 회원 40여명이 서산문화회관에서 출발하여 서울 서촌을 향하여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하이얀 눈이 참 오래간만에 내려주며 감성을 더해준다.

 

2시간 여 달려 도착한 서울 중심가 한복판에서 두 팀으로 나눠 해설사를 따라 탐방이 시작됐다.

 

#인위적인 아름다움 대신, 옛스러움이 가득한 곳 서촌을 걷다=‘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간판이 세워진 골목길로 주르륵 상점이 이어지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거리 앞에도 과거에는 물길이었다. 그 물길이 마을을 나눠 다리로 지역끼리 서로 연결하다보니 다리가 많았다는 설명을 듣는다.

 

대림미술관 안쪽 골목에 들어서니 통의동 백송 터를 만난다. 백송은 높이 16m, 흉고둘레 5m에 달할 정도로 크고 또 수형이 아름다워 1962년 천연기념물 43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1990년 7월 태풍으로 넘어져 고사돼 그루터기만 남아 있고 주변으로 어린 후손목 세 그루가 잘 자라주고 있었다.

 

거미줄마냥 자꾸만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을 해설사를 따라 걷는데 한국의 근현대사를 간직한 옛 스런 모습을 간직한 서촌에 군데군데 현대의 시간이 살포시 얹어진 듯 새롭게 들어선 예쁜 상점들과 건물들, 개량 한옥을 만난다. 한옥들 위로 늘어진 전깃줄도 말끔하게 지중화 된 도심과는 대조적이다.

 

골목 구석구석을 거닐다 보니 100년 가까운 건물들도 있고 70년이 넘어 보이는 붉은 벽돌집이 모여 있다. 꽤 오래돼 보이는 여관, 빵집, 목욕탕이 낡아 빠졌는데 그 모습이 정겨웁다. 이런 옛스러움이 그리워 많은 사람들이 이곳 서촌을 찾는 것 아닐까 싶다.

 

이 거리를 걷는 내내 옆 동네 마실을 나온 것 마냥 친근한 느낌이 든다. 서촌에서 만난 집들도 상점들도 소박하고 정겹다. 간판마저도 소박하기 짝이 없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어여쁨이 아니라 때가 묻어있는 것 같고 그리움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이런 편안함이 서촌의 매력이다.

 

“해설사가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길을 잃어 미아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모두 공감할 만큼 이 골목길은 실핏줄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데다 이정표조차 없다. 그래도 용감하게 삼삼오오 골목길 투어에 나선 가족단위, 동호회 회원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인왕산이 품어 안은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방문을=학생들 10여 명이 함께 편성된 우리 팀은 골목길 투어를 줄이고 학생들을 배려해 일정에 없던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를 방문하기로 했다. 하얀 눈 덮인 인왕산이 아늑하게 품고 있는 청와대 앞에 서서는 상서로운 기운을 흠뻑 받아들이고 싶은지 일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청와대 안쪽까지 방문할 수 없는 아쉬움은 ‘청와대 사랑채‘에서 달래준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홍보관이다.

 

1층에는 한국문화관광전시실, 기획전시실, 기념품점이 있다. 2층 청와대관에는 외국정상들과 주요인사 방명록이 전시돼 있고 문재인 대통령 입체사진도 세워져 있어 기념촬영 할 수 있는 포토존이 인기다. 아이들은 저마다 대통령 집무실로 꾸며진 책걸상에 앉아 업무 체험을 해보며 추억을 남긴다.

 

책 속에서나 보았던 신문고도 청와대사랑채 앞뜰에서 만나고 돌아 나와 옥인동 수성동계곡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박노수 화백이 자택을 기증했다는 종로구구립미술관을 만나고, 윤동주 시인이 머물렀다는 하숙집도 만난다.

 

그렇게 도착한 수성동 계곡은 조선시대 때 흐르는 계곡물의 소리가 맑아 수성동이라고 불렸단다. 겸재 정선이 그린 산수화 ‘수성동’의 그림이 당시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림 속 계곡에 걸쳐놓은 통 돌로 놓여진 다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과거에는 옥인아파트가 있었다는데 철거된 후 이전의 모습을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서촌의 역사와 문화, 나무 하나에, 바위 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들어보지 않고 그저 겉모습만 훑어보았더라면 어쩔 뻔 했는가 싶다. 해설사와 동행해야 하는 이유다.

 

 

#창경궁에서 궁의 위엄을=이어 서울 5개의 궁 가운데 창경궁을 들어서자마자 궁의 위엄이 느껴진다. 국보 제226호이면서 조선시대 궁궐의 전각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창경궁의 정전 명정전 안을 들여다 보노라면 왕이 금방 호령이라도 내릴 듯 해 괜리시 긴장한다. 명정전에서 내려다보면 24개의 품계석이 줄지어 섰고 길 건너 서울대병원을 보노라면 마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느낌이다. 왕이 일상 업무를 보았다는 문정전,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었던 비극적인 그 역사의 장소에서는 마음이 숙연해진다.

 

 

#관광객 붐비는 인사동거리를 걷다=마지막으로 한국적인 정취가 가득한 인사동거리를 찾았다. 많은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쳐나고 골동품, 화랑, 표구, 필방, 한국 인간문화재가 만들었다는 최고급 전통공예품, 다양한 디자인의 수공예품, 전통찻집, 전통음식점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만난 갤러리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서 부담 없이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꿀을 조린 반죽을 실가닥처럼 가느다랗게 만들고 그 위에 아몬드, 참깨를 얹어 둥글게 감싼 과자 ‘꿀타래‘를 맛보니 이름 그대로 꿀맛이다. 동행한 어린 학생들을 위해 주인장이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을 찬찬히 설명해 가며 선보이니 자꾸만 가닥이 늘어나는 모습이 신기해 눈 깜빡이는 것도 잊을 지경이다. 부부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서서는 우리 전통의상에 관심을 갖고 주인장과 값을 흥정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렇게 문화탐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서울에 가면 혹 연예인을 만날 지도 몰라 수첩을 준비했다”는 이지수(당진 탑동초 3년)어린이는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지수 어린이의 말대로 어른들도, 학생들도 모두 특별한 문화감성을 고루 맛보고 취하며 생애 최고의 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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