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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마법사 봄이 진짜 왔나봄!
[1호] 2019년 03월 04일 (월) 10:04:12 전미해 기자 jmhshr@hanmail.net
   
 

저 아랫녘에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하고, 3월 첫 날 충남 광천 배재산 자락을 찾은 고춘선 독자님은 변산바람꽃, 노루귀 등 곱게 피어난 야생화를 찍어 보내며 봄소식을 전해옵니다. 봄이 진짜 왔구나 싶어 소녀마냥 심쿵 해 집니다. 우리 동네는 봄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왔을까 궁금해져 희뿌연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해 마저 가려 흐리딘 흐린 3일 오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부춘산공원을 찾아보았습니다.

 

겨우내 적막했던 체육공원에도 봄이 왔습니다. 그동안 텅 비어 있던 놀이터에는 엄마와 아기가 쫓고 쫓기며 숨바꼭질을 하고, 함께 따라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는 빙글빙글 허리를 돌려대며 겨우내 뻣뻣해진 허리를 풀어줍니다.

 

축구장, 족구장에도 어김없이 노련한 몸놀림이 이어지고 어쩌다 누군가 골이라도 넣을라치면 그리 기쁜지 승리의 함성을 질러대고 옥녀봉에 메아리쳐 재차 울려 퍼집니다.

 

체육공원 주변에서 파워워킹을 즐기던 사람들은 함성소리에 덩달아 신이 나 미세먼지 마스크 속 가려진 입가에 웃음 머금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넘쳐나는 에너지가 전해지기라도 하는지 양 팔을 더욱 힘차게 내두르며 걷습니다.

 

참 오래간만에 부춘산을 오르는 길, 겨우내 날이면 날마다 실내 헬스장 런닝머신에서 걸었던 것이 진정한 운동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다리가 금세 시큰거려와 어기적 어기적 걸어올라 가는데 연세 지긋해 보이는 부부 한 쌍이 벌써 산에 올랐다가 땀에 흠뻑 젖어 씩씩하게 내려옵니다. 그분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다시금 힘을 내어 올라가봅니다.

 

청년들이 철봉에 매달려 몸을 풀고 있고, 모자와 시커먼 썬글라스,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누가 누군지 도통 알아볼 수 없는 한 아주머니도 철봉에 한쪽 다리를 들어 떡하니 올려놓고 쭉쭉 늘려줍니다.

 

그렇게 14.7m 높이의 전망대 앞에 다다르니 세 살 박이 어린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전망대 계단을 잘도 오릅니다. 뒤따라 올라가 내려다보이는 서산 시내는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니까 전망대 주변에서 운동하는 분들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작은 원을 그리면서 연신 돌아 걷는 분이 있는가 하면, 다칠까봐 노심초사 서로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노부부도 있습니다.

 

“우와! 쑥이다!”

내려와 봉화대를 향해 걷는데 마른 낙엽 사이로 돋아난 쑥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하나 뜯어서 맡아봐도 될 것을 귀하게 여겨져 차마 뜯지 못하고 땅바닥에 머리 쳐 박고 킁킁 맡아봅니다. 숲속 솔 향에 쑥 향까지 더해져 온 몸에 퍼지며 힐링이 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큼 성큼 다가오는 봄, 한 주 후면 쑥버무리 해서 나누고, 쑥국 끓여 너끈히 밥상에도 올릴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걷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아직은 온통 메마른 낙엽들뿐이니 ‘봄이 아닌가벼!’ 하고 말하려는 찰나 나보란 듯 길가에 냉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흐미! 봄 맞네!”

늦둥이 녀석 손을 잡고 걸으며 느닷없이 누가 듣거나 말거나 가곡 한 곡조를 뽑아봅니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가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냥 나가물어 볼까나‘

 

가사가 또렷이 기억이 나 다행입니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충실한 보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 걷던 녀석이 갑자기 돌멩이를 들어 키가 큰 나뭇가지에 던져 올립니다. 이유를 물으니, 봄이 왔으니까 빨리 잠에서 깨어나라고 그랬다 합니다. 멀쩡히 잘 있다가 돌 맞은 나무, 잠이 번쩍 깨어 곧 싹 틔울 준비 하겠네요. 아직은 이른 봄이라 삭막하게 느껴지지만 금세 개나리 진달래도 앞 다투어 피어나 봄소식을 전해줄 것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화사해집니다.

'겨울에는 앙상했던 숲이었는데 봄이 되니까 아름다운 풍경들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곧 여름이 되어 세상이 더욱 아름워지겠네!'

누가 문과 출신 부부의 아들 아니랄까 즉석에서 읊어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놈의 싯구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기적대며 가까스로 올라가 이른 봄을 만나고 돌아 내려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봄은 나를 포함하여 온 세상을 소생시키는 마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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