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씨(59세,당진 채운동)가 마을 뒷동산에 올라 만난 봄나물을 들고 봄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 달래 캐러 뒷동산에 올라가볼까요?”

 

미세먼지도 말끔히 걷혀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후루룩 열어제낀 창문 사이로 따사로운 봄 햇살이 온 몸으로 사정없이 파고드니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에 곁들여 커피 한 사발 방금 들이킨 사람마냥 기분 좋아지는 14일 오후 지인과 함께 계획에 없던 동네 뒷동산을 찾아봅니다.

 

“달래를 캐려면 이런 호미를 들고 나와야쥬~! 칼로는 안 캐지유~”

“호미가 없슈!”

 

뻘건 비닐봉지 하나랑 과도 하나 간단하게 챙겨 주머니 속에 넣고 집을 나섰는데 강원도 산골에서 오래 살아 나물 캐는 일 만큼은 프로라는 지인이 전문가답게 연장을 제대로 챙겨 나왔습니다.

 

동산에 오르는 길, 이름 모를 들꽃이 앞 다투어 무더기로 피어나 진을 치고 있고, 겨우내 강추위를 잘도 견뎌낸 마늘밭마다 푸릇푸릇해 내 마음도 함께 푸릇푸릇해집니다. 어느 집 텃밭에 매 놓고 기르는 개 두어 마리가 낮잠 자다가 오래간만에 찾아오는 낯선 인기척에 벌떡 일어나 짖어대는데 이 또한 도시에서는 대하기 힘든 풍경이니 정겨웁습니다.

 

“여기 좀 보유. 냉이가 지천이유! 여기서 냉이를 먼저 캘래유~.”

여기 저기 숲 옆에 무더기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냉이를 캐서 킁킁 향을 맡아보니 어릴 적 아궁이 불을 때던 우리 엄마 치마폭에서 나던 그 향을 닮았습니다.

“흐미! 좋은 거!” 감탄하고 있을 때 저만치서 지인이 소리칩니다.

“달래 여기 있슈! 작은 줄 알았는데 캐보니까 제법 커유. 일루 오유.”

“아직은 쑥이 좀 작아서 캐는 건 어려워도 이럴 때 먹으면 맛은 더 한결 좋아유!”

“우와! 많다! 여기도 있슈! 저기도 있슈!”

“오늘 밤 달래장을 만들어서 잘 구운 김에다가 싸서 먹으면 정말 맛있겄쥬?”

“끝내주쥬!”

“냉이, 쑥, 달래 모조리 썰어 넣고 전을 지지면 정말 맛있겄쥬?”

“그러쥬.”

“오늘은 시장 안 봐도 되겄슈.”

 

여기 저기 널려있는 봄나물을 캐며 감동의 수다가 요란하게 이어지고, 주머니 속에 구겨 넣어 가져온 뻘건 봉투가 냉이, 쑥, 달래로 금세 풍성하게 채워집니다.

지인이 한 손에는 냉이를, 한 손에는 달래를 한 웅큼씩 들고 추억으로 사진을 남기겠다며 포즈를 취합니다. 곧 6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유쾌하게 웃어대는 얼굴을 보니 새 풀옷을 입고 내 집앞을 지나시는 그 봄처녀가 아닌가 하여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합니다.

 

쑥이 크기가 작아 아쉽다 생각하며 내려오는 길, 낙엽들 사이로 제법 되알진 쑥이 고개를 쑥 내밀고 있어 반갑습니다.

 

“심 봤다!”외치며 냉큼 주저앉아 쑥쑥 캐는데 그 손맛이 대어를 낚는 어부가 느낄 그 손맛과 견주어도 결코 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봄나물 일체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다듬고 씻고 나물 3총사 종종종 썰어 전을 지지고, 조개와 냉이 짝 지어 된장국을 끓이고, 달래장 만들어 저녁밥상을 뚝딱 차립니다. 밥상에서 봄을 만난 식구들이 일제히 감격합니다. 봄을 먹어 화사해진 식구들의 얼굴이 낮에 보았던 들꽃 같습니다.

 

없던 입맛 되살려주고, 봄날 나른해지는 춘곤증도 날려주고, 온갖 비타민, 칼슘, 철분이 많아 건강도 지켜주는 나물 캐러 지금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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