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은 20일 오후 찾아 본 해미읍성이 안팎으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안으로 들어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대회라도 열렸나 싶을 만큼 가지각색의 연들이 하늘을 점령했습니다. 가족단위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잔잔한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르는 연들을 감상하느라 일제히 목이 뒤로 젖혀져 있습니다.

 

한 켠에서는 아빠와 아들이 축구를 하고, 쉴 새 없이 던져대는 아들의 야구공을 곧잘 받아주던 어느 집 아빠의 이마에 조용히 땀방울이 흐릅니다. 날리던 연 나무에 걸려 어느 집 아들은 울어대고, 잠시 허둥대던 아빠가 어디서 장대 찾아들고 나타나니 울음 뚝 그칩니다. 아직 어린 두 아이를 위해 유모차 두 대를 동원한 엄마는 잠이 든 아가의 유모차를 밀고, 아빠는 굳이 걸어서가겠다는 아이의 고집스런 손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은 빈 유모차를 밉니다.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아빠들을 보았습니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찬찬히 걷는 모습도, 돗자리 없어도 그냥 잔디밭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정겨웁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도, 젊은 청년들이 초가지붕 마루에 주르륵 걸터앉아 쉬어가는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나 사람들 북적거리는 곳으로 다가가 보니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는 직거래장터가 열려 다양한 농특산품을 시식하고 시음해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워쩐대유~!! 반죽이 끝났슈!”

줄지어 기다리고 섰던 호떡집은 오후 4시를 넘어서니 금세 반죽이 바닥나 일찌감치 문 닫을 채비를 하고 아쉬움에 발걸음 돌리는 관광객들의 얼굴이 침울하기까지 합니다.

 

외로이 홀로 우뚝 선 호야나무는 언제나처럼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어린이들 양팔 나란히 하고 중심 잡아 조심조심 외나무다리 건너고, 그 뒤를 엄마도 아빠도 따라 걷습니다. 밧줄 타고 높은 곳 올라 앉아 아직 어려 오르지 못하는 여동생이 안타까워 바라보고, 시원하게 가르마 타 십자로 난 대나무 길을 아이들이 숨바꼭질 하듯 내달립니다.

 

깃발 나부끼는 읍성 둘레길을 한 줄로 서서 걷다 마주한 사람끼리 눈인사를 나누고, 아담하게 조성된 초록빛 보리밭은 뜻밖에 정겨운 포토존이 됩니다.

 

“엄마, 그냥 마구 던지지 마시고 딱 집중을 하시고 던져보세요.”

‘마음과 다르게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간다‘며 애꿎은 고리를 원망하는 어느 집 엄마에게 지켜보던 아들이 보다 못해 충고합니다.

“와!!! 들어갔다!!”

“보세요. 제 말대로 하니까 되잖아요.”

그렇게 투호랑 고리던지기는 애어른 할 것 없이 즐거운 놀이터가 됩니다.

 

요령을 터득했는지 던질 때마다 탄력 받아 들어가 주는 고리에 아이처럼 박수치며 좋아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걷는데 저 멀리 고운 우리 옷을 입고 걷는 한 쌍의 남녀에게 시선이 훅 끌리고, 위험을 뽐내며 날아오르는 거대한 독수리 연도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습니다.

 

“아줌마, 낚시 해보셨어요? 이 연을 날릴 때 손맛이 똑같다니까요.”

“아!! 그렇구나!!!”

구경하고 옆에 서 있었더니 거대한 독수리 연을 날리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해줍니다. 이 어린이 오지랖이 나를 포함한 우리 동네 아줌마들과 쌍벽을 이룹니다.

 

한 바퀴 휘돌아보는데 곳곳마다 여유가 넘쳐납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어김없이 쉼을 주고, 추억을 안겨주는 해미읍성이 우리 고장에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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