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가의도에서 낚시 체험을

5월 마지막 날이면서 주말이기도 한 31일 오후 고기도 낚고 추억도 낚을 수 있다는 가의도를 가기 위해 일행과 함께 태안 신진도 여객터미널을 향했다. 당진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신진도는 바다도 육지도 배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주말을 맞아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과 함께 가의도를 향하는 여객선에 몸도 짐도 실었다. 이 여객선은 오전 8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5시 하루 세 번 가의도를 들어간다. ▲일반인의 경우 어른 3,100원, 중고생 2,800원, 경로우대 2,500원이다.

여객선 타고 달리는 길목에 펼쳐진 무인도들도, 준비한 새우깡을 손에 들고 치켜드니 쫓아오는 갈매기 떼도 장관을 이룬다.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가의도 선착장에서 이미 낚시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사람들과 교차하는 찰라의 순간에도 저마다 들고 있는 통 속이 궁금해진다.

 

“이곳에서는 어떤 고기가 많이 잡히던가요?”

“우럭도 잡고, 놀래미도 잡고, 광어도 잡았네요.”

 

우리 일행도 짐을 풀자마자 낚시 채비를 마치고 방파제를 향하는데 어떤 이는 앉아서, 어떤 이는 조바심에 앉지 못하고 일어선 채 낚시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다란 물고기를 겨냥해 일명 가짜 미끼를 던져 드리우고, 우리 일행은 크거나 작거나 마구잡이로 잡을 수 있다는 갯지렁이를 미끼삼아 멀리 드리워 본다.

 

낚시라고는 1도 모르는 초보 낚시꾼 엄마와 초등생 아들이 지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던져놓은 미끼에 금세 우럭 한마리가 걸려 들었다.

“우와! 잡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얼굴을 돌려 쳐다볼 만큼의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을 지르며 시작된 낚시는 어리버리한 놀래미, 우럭이 번갈아가며 걸려 올라와 기쁨이 넘치는가 하면, 때로는 먹기만 하고 튀어버리는 야비함도 맛보고, 바위틈에 속절없이 낚여버린 줄을 끊어내야 하는 아픔도 맛보면서 낚시는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우리네 삶이랑 많이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자꾸만 잔챙이가 올라와 절망하고 있을 때 옆 낚시꾼이 제법 큰 광어 한 마리 낚아 올리더니 우리 통 속에 기꺼이 기증해 준다. 힘을 받아 드리운 낚시줄에 일명 1타 쌍피로 한꺼번에 두 마리가 낚여 올라올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함께 기뻐하기도 하면서 인내와 기다림 속에 낚아 올린 다양한 고기들을 손질해 회를 치고, 냄비에 넣고 자글자글 매운탕을 끓여 대하는 식탁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거기에 펜션 주인장이 건물을 짓느라 할 수 없이 덜 여문 채 뽑아내 담갔다는 마늘대 장아찌 맛 또한 기가 막히다.

 

낚시의 매력과 자연산 회, 매운탕, 마늘대 장아찌의 기막힌 맛에 흠뻑 젖어든 채로 가의도 트래킹에 나섰다.

 

선착장 옆 작은 몽돌해변에 가까이 가니 물이 하도 맑아 속이 다 보이고, 일부러 빚어 놓은 듯 돌멩이마다 동글동글 어여뻐 슬쩍 주머니에 넣고 싶은 욕심이 인다. 하지만 이곳에서 임산물을 비롯해 돌멩이 하나라도 반출이 금지돼 있다고 하니 욕심은 애초에 접어두는 게 좋다.

 

이곳에서는 도심의 흔한 차 대신, 산악오토바이가 수시로 오간다. 펜션을 찾는 관광객들의 짐을 실어 나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을 실어 나르기도 하며 요긴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었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보는데 이곳은 육쪽마늘 원산지답게 밭마다 모조리 마늘밭이다. 가의도에서 재배되는 마늘은 토양의 세균 감염이 적고 바닷바람과 안개 등 악조건에서 자라 자생력이 좋고 균에 의한 퇴화현상도 적어 종구 생산의 최적지라고 한다.

 

마늘밭 잡초 뽑던 한 어르신을 만나 수확 시기를 여쭈니 6월 20일 즈음이란다. 이곳 가의도에서 생산된 육쪽마늘은 태안 군 전역의 재배농가에 공급된다는 것과 알이 작은 것은 한 접에 3만원부터 굵은 것은 5만원에 거래된다는 설명도 곁들여 주신다.

 

“마늘은 이곳 주민들에게 든든한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공감하며 경사를 오르는데 아이스크림도 팔고 과자도 종류별로 고루 갖춘 작은 구멍가게가 정겹고, 450년 된 은행나무가 마을 중앙에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 발길을 잡는다. 이 나무는 1996년 5월 태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했다. 높이가 40미터, 둘레가 7미터에 이른다.

 

신장벌을 향해 가는 구불구불한 길이 정겨웁고, 어느 집 누렁이는 낮은 담 너머로 사람이 반가워 차마 짓지도 못한다. 어느새 어두워진 탓에 모래알이 인절미 떡가루만큼이나 곱다는 신장벌해수욕장을 코앞에 두고 돌아서 나오는데 이마에 후레쉬 달고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장관이다.

 

동네 주민이 키우는 닭 울음소리, 파도소리에 자동으로 잠이 깨 내다보면 부지런한 낚시꾼들 통 속은 이미 가득 찼다.

 

오후 2시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쪽에서 환호성이 들려 서둘러 다가가보니 가짜 미끼 드리웠던 한 낚시꾼이 54센티미터 광어를 낚아 올렸다. 손맛이 어땠냐 물으니, “기가 막힙니다. 대어도 낚고 추억도 함께 낚아가네요.”한다.

 

2시 가의도 도착한 여객선이 또 다른 낚시꾼들을 내려놓고, 관광객들이 1박 2일에 걸쳐, 혹은 당일 잡은 고기 담기운 통들과 함께 실어 신진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마을 가의도에서의 첫 낚시체험, 정겨운 마을 트래킹. 잊지 못할 추억으로 콕 낚여 가슴에 남았다.

/전미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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