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해질녘 오래간만에 찾아 본 서산 호수공원이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연꽃으로 아름드리 수놓아졌습니다. 마침 음악분수가 하늘높이 치솟아 오르며 정취를 더해줍니다. 방금 멈춰버린 바닥분수에 세 살도 안돼 보이는 꼬마아가씨가 아쉬운 듯 철벅철벅 남아 있는 물이라도 밟아봅니다.

 

찜통 속 무더위에 움츠리고 있던 시민들이 더위가 한풀 꺾이는 해질녘이 되니까 하나 둘 자꾸만 쏟아져 나와 걷고 또 걷습니다.

 

“여기만큼 걷기운동하기 좋은 곳이 없다니까요. 일부러 차타고 나와서 매일 운동하는데 얼마나 좋아요. 연꽃도 보고, 분수도 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걸으니까 그냥 덩달아서 힘든 지도 모르고 걷게 되거든요.”

 

죽성동에서 살면서도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는 한 어르신이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어대며 파워워킹을 이어갑니다. 7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얼마나 잘 걸어가는지 옆에서 따라 걷다가 뒤쳐져 걷는데 서너 명이 되는 어른들이 자꾸만 풀밭에서 뭔가를 찾느라고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귀한 물건이라도 잊어버렸나 싶어 찾아내는 일에 동참이라도 해야겠다는 오지랖을 피우며 가까이 다가가니 네잎클로버를 그리 애타게 찾고 있었습니다.

 

벌써 여러 개 네잎클로버를 찾아 한 손에 들고도 또 찾고 찾습니다. 이 분들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소박한 동심에 젖어들어 헤어날 줄 모릅니다.

 

나무그늘 아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바둑을 두고, 연인이 나란히 벤치에 걸터앉아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며 침을 흘리고 있는 동안 “여기 호수공원은 행운이 넘쳐나는 곳인 것 같아요.” 함께 걷던 아들놈도 금세 4개나 되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아들놈이 잡은 행운을 책갈피에 곱게 펴 넣어놓고 이열치열의 심정으로 호수공원에서 익히 유명한 잠실감자탕을 들러 고픈 배를 달래고 나오니 사람들이 배로 많아졌습니다.

 

“엄마, 제가 세 살도 안 되었을 때 여기에서 붕붕을 타고 달리면 사람들이 잘 탄다고 막 칭찬해 주고 쳐다보고 그랬었는데요. 그리고 저 임신했을 때 아빠랑 손잡고 여기를 밤마다 돌면서 제 이름을 고민했었다면서요?”

지금은 당진에 사는 11살 아들놈을 포함한 우리 가족에게 호수공원은 소중한 추억의 공간입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도 저마다의 추억이 있을테지요.

 

한때 더러운 물이 고여 냄새와 해충, 악취로 인해 도심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던 이곳이 2008년 9월 기적과도 같이 중앙호수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서산 시민들의 품에 안겨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시민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서산의 보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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