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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우리 동네 수목원서 가을에 흠뻑 젖다
[1호] 2019년 10월 04일 (금) 16:03:51 전미해 기자 kissqwerty1@naver.com
   
 

국경일을 맞은 지난 3일 오후 당진 삼선산수목원에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넘쳐납니다. 주차장은 이미 가득찬 지 오래고, 단체로 찾은 방문객을 실은 버스들도 즐비합니다.

 

입구에 모기 진드기에 물리지 말라고 마련돼 있는 해충기피제를 줄을 서서 꼼꼼하게 뿌리고 가을이니까 모두 긴팔 차림으로 나섰던 방문객들은 뜻밖의 무더위에 비상대책으로 검정 색, 파랑색 우산이라도 펼쳐들고 본격적으로 걷습니다.

 

"아들, 거기 올라서봐. 세상에나 파스텔 톤의 색이 너무 예쁘지 않니?“

신비한 분홍빛 ‘핑크뮬리’의 영롱한 물결 앞에서 한 어머니가 가던 길 멈춰 서서는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오르던 길목에 만나게 되는 정자에는 무더위를 피해 나란히 앉아 피서를 즐기고, 연못 속 크고 작은 물고기들 바라보며 휴일을 만끽합니다.

 

높고 푸른 하늘에 흰 뭉게구름, 구절초, 개쑥부쟁이꽃 아름아름 피어난 길을 따라 아빠와 아들이 손을 잡고 걷는데 그저 무심코 셔터 한번 눌러봤는데 뜻밖에 작품이 탄생합니다. 가을은 누구라도 사진작가로 만들어주는 요술쟁이입니다.

 

저 멀리 출렁다리 아래에서도 한 중년부부가 핑크뮬리 앞에서 낭만을 불태우고, 방문객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찍고 또 찍습니다. 포토존 따로 있는 것 아니고 멈춰 서고, 털썩 앉는 곳마다 그대로 훌륭한 포토존이 됩니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사마귀가 메뚜기를 잡아먹고 있어요.”

마침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사마귀에게 카메라 대뜸 들이대니 삼각형 머리를 가진 맹랑한 고 녀석이 툭 튀어나온 초록 눈 똑바로 치켜뜨고 한마디 합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지요?”

 

길고 커다란 두 앞다리로 메뚜기를 꼼짝 못하게 눌러 잡고 있는 녀석을 더 이상 쳐다보면 광화문 앞에 가서 촛불시위라도 할까싶어 급하게 자리를 비켜주고는 함께 간 온 식구가 양말까지 모조리 벗어 신발 속에 집어넣어 둘러메고 황톳길을 걷습니다.

 

“비가 온 후라서 그런지 훨씬 촉촉하게 느껴지네요!”

황토의 좋은 기운을 받아가며 기분 좋게 걷는데 맞은편에서 검은 우산 받쳐 들고 앞장서 걷는 아내 뒤를 졸졸 따라가는 한 중년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워 뒤 돌아서서 셔터를 눌러봅니다.

 

“아이구, 시원해라!”

“발 씻는 곳이 우리 출발했던 지점에만 있는 줄 알고 물휴지로 닦을 요량으로 맨발로 걸었는데 양쪽에 다 있었네! 잘해놨네!”

“이렇게 좋은 곳이 입장료도 없어. 어디 통이라도 있으면 천원이라도 넣고 싶네 그려.”

황톳길 끝나 발 씻는 곳에 나란히 앉은 방문객들이 입을 모아 감동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습니다.

 

“엄마, 다람쥐는 나무 열매, 곤충이나 과일, 그리고 애벌레를 먹는데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이 도토리래요. 이 도토리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다람쥐가 그리 좋아하는걸까요?”

“궁금하면 먹어봐.”

“으아! 퉤퉤퉤! 떫어요. 다람쥐는 식성이 유별나군요!”

함께 간 아들놈은 그렇게 황톳길에서 도토리 하나 주워 들고 직접 까 먹어보면서 유별난 다람쥐 식성을 논하며 내려오는데 독서를 많이 하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실력을 가늠할 만한 지식을 덧붙여 말해줍니다.

“엄마, 아까 그 사마귀 눈이 초록색이었잖아요. 밤이 되면 검정색으로 바뀌어요. 사마귀는 여러 개의 작은 낱눈이 모여서 이루어진 겹눈을 가지고 있는데요, 겹눈이어서 밤에도 움직이는 물체를 잘 알아볼 수 있는 거래요.”

이름도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꽃길을 온 가족이 함께 걸으면 금세 가을정취에 흠뻑 젖어들고, 도토리·낙엽 뒹굴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 사마귀·다람쥐·메뚜기 관찰도 하고,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찬찬히 걸으면 힐링이 되고 마는 우리 동네 수목원에 꼭 한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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