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은 9일 오후 5시 다사랑치킨피자 서산점에 선생님을 따라 줄을 지어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입장합니다. 서해안신문서산주재기자단(단장 조정호)에서 저녁식사에 아이들을 초대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가정에서 학대 받거나, 혹은 방임, 가정이 해체되어, 혹은 빈곤 등의 위기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해 박정희 대표가 운영하는 꿈둥지 공동생활가정(서산시 동서1로 152-15)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동청소년들입니다.

 

어린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있고, 이제 독립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도 있습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상처투성이일 텐데도 13명의 아이들 모두에게서 어두운 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모 있고 넉넉한 집 아이들이라면 원하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소박한 피자와 치킨을 대하면서 고사리 손 다소곳이 모아 감사기도를 드리고, 감격하며 뛰어오를 듯이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이 도리어 감사합니다.

 

“이렇게 귀한 식사자리에 초대를 받으면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들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행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회자의 아내이면서 이 시설의 책임을 맡고 있는 박정희 대표는 교대로 근무하는 교사들과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고, 함께 자고, 진로도 고민하고, 엄마도 되고, 아빠도 되어주면서 24시간 동행합니다.

 

“비영리단체 그룹홈은 서산에 보육원이 있지만 서산시의 것이 아니어서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아 그 대안으로 운영하고 있는 건데 국가지원이 정말 야속하리만큼 미비합니다. 절실히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봉사단체에서도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교사들 월급은 최저시급에도 못 미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낮은 급여에 모두 손사레 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멀리 공주에서, 어떤 분은 대전에서 출퇴근하며 밤낮으로 고생하는 선생님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입히고 싶고,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고, 더 따뜻하게 재우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잖아요. 경제적으로 여력이 되지 않아 그리 못할 때 슬픕니다.”

 

박 대표의 말을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13여 년 전 해체된 가정에 도무지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와 무작정 맡아달라던 한 아버지의 절실함에서 시작되어 오늘의 그룹홈을 있게 했습니다.

 

“정원이 14명으로 제한이 있어서 우리 지역에 더 많은 그룹홈이 필요한데 섣불리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몇 달 전 서산지역 한 교회에서 이 사업에 동참을 해볼 요량으로 탐방을 와서 정말 기뻤는데 이후로 소식이 없더라구요. 국가지원이 너무 박하다 보니 희생이 따르지 않으면 도무지 해나갈 수가 없거든요. 처음 3년 동안은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많이 힘들 때는 그만 손을 놓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더는 못 하겠다 선포도 했었는데 결국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그리할 수 없었습니다. 사명이라 여기지 않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습니다.”

 

부모조차 함께하지 못해 소외당한 아이들 손을 잡아주고, 발맞추고, 마음 맞추어 가며 쉽지 않은 동행을 이어가는 박 대표와 선생님들을,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전진하는 아이들까지 우리가 함께 품어 응원해주어야겠습니다.[관련기사-선생님들 최저시급도 못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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