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

지레 단풍든 이파리 하나

억울하게 도중 하차할 때

바람은 그 이파리 곁에서

소리 없이 속울음 울었다

 

야무진 꿈 꽃펴보지도 못한 채

기둥을 들입다 잡아 흔드는

모진 비바람 시샘에

지레 단풍든 낙엽 앞에서

바람은 그렇게 속울음 울었다

 

한 고개만 넘어서면

오늘보다 더 좋은

새날이 밝아올 터인데

못다 편 꿈

가슴에 옹송그려 안고

지레 떨어진 푸른 낙엽

분통 터지는 서러움

어깨만 들먹이며 속으로 울었다

 

새벽종 은은히 울리고 싶어

바람의 속울음

오늘도 그렇게 세월을 한탄한다

바람의 속울음

언젠가는

사물놀이 춤사위 맞이하리라

전과 다름없이 새벽종이 울리면

깃발은

자연스럽게 다시 활개를 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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