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박영춘

누군가 잠시 머물러

짧은 꿈 길게 꾸다 갔는지

아직 아물지 못한 흔적

석별의 눈물 흘리고 있다

 

빗방울이었든

눈송이이었든

바람결이었든

그 누구든지

잠시 쉬어가는 나뭇가지

그 나무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낮에는 햇살이 내려와

그의 어깨에서

천년 꿈을 꾸고

밤에는 어둠이 내려와

그의 겨드랑이에서

만년 꿈을 꾼다

 

오면서 들르지 못한

나뭇가지

가는 길에라도 잠시 들러

짧은 꿈 편히 쉬었다 가구려

 

내어줄 줄밖에 모르는

저 갸륵한 나뭇가지에서

나도 한 천년쯤

상록수이파리처럼 푸르게

그저 향기롭게 쉬어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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