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 한 주간 서산시내는 차량들만 오갈 뿐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채소들을 다듬어 팔려고 나왔던 노점상 할머니는 대부분을 다시 싸서 돌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열어놓은 음식점 마다 그나마 간간이라도 찾았던 손님들 발걸음마저 뚝 끊겨 소상공인들은 애가 탑니다. 서산시와 인접한 당진시내도 14일 둘러본 거리에 행인이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주말이니까 그동안의  집안생활을 벗어나 사회적 거리도 유지하기 좋고 힐링도 되는 넓은 야외공간을 찾다가 삽교호바다공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거리도, 상가도, 바닷가도 텅 비어 썰렁하겠다’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들어서는 길목부터 차량들로 붐비고, 삼삼오오 가족단위로, 혹은 연인끼리 꽤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와 깜짝 놀랍니다.

 

이것 저것 다양하게 튀긴 음식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바삭한 새우튀김 한 입 베어 물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여쭈니, “그동안 사람구경이 힘들었었는데 지난주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봄이니까요. 집안에서 버티다 이제 못 참고들 나오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니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데 여전히 장사는 잘 안돼요. 지갑들을 열지 않아요. 차차 나아지겠지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살아요.”어려운 중에도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아주머니는 새우에게 튀김옷을 입혀줍니다.

 

바다공원 앞 주차장은 이미 가득 찬 지 오래여서 뒤로 조성된 널찍한 주차장을 향하는데 귀하디 귀한 마스크 구입할 때를 빼고는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맛 집으로 소문난 듯 보이는 한 중국요리 집 앞에 적잖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마침 식사를 마치고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나오는 젊은 연인을 잠시 세워 식사를 하는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염려는 없었는 지 물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은 마스크를 할 수 없으니까 대화하는 것을 서로 삼가면서 에티켓을 지키는 것을 보았어요. 우리들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특별하게 맛있는 요리를 대하고 느끼는 행복이 얼마나 큰 지 아시죠? 그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씻겨나간 느낌이에요. 어젯밤에는 야외 탁자에서 조개구이를 먹었어요. 이곳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큰 힐링을 얻고 갑니다.”하고 답해주고는 바다공원을 향해 여유롭게 걷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달리다보면 스트레스가 쫘악 풀리는데 집안에만 계시는 분들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륜자동차 주차장에서는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이 잠시 쉬어가면서 땀을 식히느라 벗었던 외투를 챙겨 입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합니다. 옆으로 난 도로 위를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누비는 모습도 슬기로워 보입니다.

 

한편에 조성된 놀이터에는 마스크를 해서 숨쉬기가 곤란한 듯 헉헉거리면서도 하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원 없이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보드도 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슬기로운 실내생활’을 할 까 밤낮으로 고민해보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입니다. 아파트 윗집 아랫집 소음공해는 너 나 할 것 없이 따질 수도 없게 된 지 오랩니다. 뛰고 또 뛰어대도 넘쳐나는 에너지를 어찌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24시간 전쟁입니다. 그러니 집안에서 버티다 못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슬기로운 바깥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로 생각을 바꾸고 밖으로 뛰쳐나온 엄마들을 공원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집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꼼짝 안하고 있었는데 후회돼요. 이렇게 나오니까 저도 아이들도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봄이니까 공기도 차지 않고, 여기는 폐쇄된 공간도 아니고, 서로 붙어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마스크 잘 하고, 집에 돌아가면 깨끗이 잘 씻고, 에티켓을 서로 지키면 안전하고 건강한 야외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주 이곳에 와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려구요. 대신,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 모여 앉아 식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시락을 싸서 가져왔어요.” 가까운 아산시에서 왔다는 젊은 엄마가 ‘슬기로운 실내생활’을 청산하고 ‘슬기로운 바깥생활’을 선택했습니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둘과 축구공을 주고받는 중년 아버지, 외줄 철봉 위를 걷는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아주기도 하고, 잔디 밭 위에 그늘막 펼쳐 가족을 쉬게 하는 센스 있는 젊은 아버지도 만나고, 아들 며느리와 함께 나와 봄볕을 맞으며 손자 녀석들 뛰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어르신들도 만납니다. 저마다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선택한 '슬기로운 바깥생활'을 통해 고갈됐던 에너지를 충천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갈매기들 유난히도 큰 소리로 끼룩대며 반깁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앞에 선택한 ‘슬기로운 바깥생활’을 응원이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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