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맞은 5일 오후 찾아 본 당진시 수변공원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친구야, 꼭 잡아! 출발!”

친구랑, 혹은 동생이랑 그 작은 보드에 둘씩 걸터앉아 내리막길을 타고 스피드를 즐기며 봄을 만끽합니다.

 

한결같이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어린이들 자전거랑 킥보드를 타고, 아가들은 엄마가 밀어주는 유모차 안에서 꽃잠 들었습니다. 한 주간 일터에서 고생한 아빠는 철봉에 매달리며 뻐근해진 어깨를 풀어주고, 아직은 썰렁타 느껴지는 바람에도 반팔차림에 푸쉬업을 해대며 야성미 발산하는 남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내도 있고, 밀어라, 당겨라, 안아줘라 요구사항도 참 많은 딸래미 꽁무니 졸졸 따라다니며 시중드느라 지칠 법도 한데 그저 싱글벙글 딸바보 아빠들도 적잖이 만납니다.

 

한 켠 너른 농구장에는 의지에 상관없이 겨우내 자꾸만 불어나 거대해진 몸집으로도 3점 슛을 날려대는 청년들이 멋있고, 당진천변 양쪽으로 개나리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나 어여쁜 배경을 뒤로 한적한 곳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연인의 모습은 그대로 한편의 작품이 됩니다.

 

사람들 둘씩, 혹은 가족단위로 전혀 북적대지 않는 당진천변 꽃길을 여유롭게 거닐며 힐링하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햇빛샤워중인 어르신들의 주름진 눈에 모처럼 생기가 돕니다.

 

목동 아이스링크장 버금가는 너른 운동장에 자녀들과 함께 봄바람을 가르며 힘껏 내달리며 에너지 넘치는 가족도 있고, 보행기를 의지해서라도 걸으며 근육 사수하려는 어르신의 발걸음이 위대하고, 아장아장 한 발 두 발 떼다 넘어져도 울지 않는 의지의 한국인 아가도 만나고, 페달 없는 자전거 두 발로 굴려가며 균형 잡는 어린 동생은 언젠가는 형님처럼 페달 밟아 자전거를 잘 탈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고대하며 뒤를 따르는 모습도 귀엽습니다.

 

“오빠, 좀 천천히 달려! 무섭다고!”

자전거 타고 내달리며 끌어주는 오빠와 노끈으로 연결돼 자동으로 끌려가는 킥보드 탄 여동생이 겁이 나는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면서도 오빠와 추억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남매지간 어릴 적 추억이 한 페이지 채워집니다.

 

댕댕이와 함께 나온 주인장은 공을 멀리 던져 냉큼 물고 돌아온 녀석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폭풍칭찬을 해대고, 아이를 위해 준비한 비눗방울 놀이는 도리어 엄마 아빠를 동심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수변공원 맞은편으로 난 대덕산을 올라봅니다.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즐겨 찾는 이곳에서 만나는 소나무 숲길, 때로는 대나무숲길이 마음에 평온함을 가득 안겨주고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과 소리 없이 눈인사라도 건네며 사람 사는 정을 나눕니다.

 

코로나19에 서산시는 사람들이 밀려들 것을 예상하여 벚꽃 길로 유명한 해미천변을 폐쇄하고 통제할 것을 알렸습니다. 어떤 지역은 어여쁘게 피어난 유채꽃밭을 통째로 갈아엎어가며 밀려드는 상춘객을 막겠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이 시국에 명소라 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 북적대는 곳을 굳이 찾아가는 어리석은 관광객들에게 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집 앞 공원과 가까운 산에서도 얼마든지 여유롭고 안전하게 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벚꽃은 우리 아파트가 최고 멋지고, 우리 밭두렁에 피어난 수선화가 최고 예쁘더라!” 어제 만난 우리 동네 70 어르신의 말씀 속에 지혜가 한 가득입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절실합니다. 사람이 몰려드는 곳을 피하고, 내 집 앞에서 안전하게 만나세요. 봄.


▲ 당진수변공원에 피어난 벚꽃길을 따라 걷는 시민들의 모습









▲ 대덕산 소나무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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