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팔봉산 둘레길을 걷다

주말을 맞은 4일 오후 서산시 팔봉면 금학리에 위치한 팔봉산을 찾았다. 이곳은 서산9경 가운데 황금산과 함께 제5경에 이름을 올린 명소 중에 명소다. 봉우리가 8개여서 붙여진 이름 팔봉산은 바다를 굽어보는 360여 미터 높이의 아담한 산이다.

 

8개 봉 가운데 철계단을 타고 올라야 할 만큼 험한 봉우리도 있지만 사계절 풍경이 아름다워 남녀노소 불문하고 등산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 때문인지 이날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뜸하게 가족단위로 몇몇만이 오르내릴 뿐 이다.

 

주차장을 벗어나 오르는 산 입구에는 여전히 마을 어르신들이 다양한 곡물이며 갖가지 나물 등을 가지고 나와 손님들을 애타게 기다려 보지만 줄어버린 방문객들의 발걸음에 매출이 바닥이란다.

 

산을 그새 올랐다 내려 온 한 가족이 신발에 먼지를 털어내는데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도 생기가 느껴진다. 산이 주는 이로움이다.

 

매번 올랐던 봉우리 대신 이번에는 부담 없이 둘레로 난 임도를 걸어보았다. 빛이 잘 드는 곳에서는 만개한 벚꽃을, 그늘진 곳에서는 이제 막 피어나려 꿈틀거리는 꽃봉오리를 만나며 향에 취한다. 임도 양쪽으로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곳곳에 아름드리 수놓아져 걷는 내내 설레게 한다.

 

차량 통행조차 없이 한적하기 까지 한 이 길을 찬찬히 걷노라면 봄기운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스며든다.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진 파란 하늘이 예술이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란히 걷는 부자지간의 떡 벌어진 어깨가 팔봉산 봉우리처럼 우뚝 솟았다.

 

무심코 걷다보면 어느새 저 멀리 서해안 푸른 물결 일렁여 덩달아 보는 사람 마음까지 따라 일렁인다.

 

외딴집을 만나 되돌아오는 길, 좌로 난 오솔길을 택해 오르는 내내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달래꽃길이 이어진다.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를 다 동원하여 외쳐보아도 성이 차지 않아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가슴속에, 머릿속에 차곡차곡 겹겹이 담는다.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을.

 

무작정 걷다보니 호산록에 의하면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굴도 만나고, 운치 있게 짜여진 내리막길 나무계단도 만나고, 곳곳에 누군가 저마다의 소원 담아 쌓아올렸을 돌탑들도 만난다.

 

산을 휘돌아 내려오는 길에 만난, 산악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숨 가쁘게 오르는 젊은이들에게서 도전정신과 함께 한국인의 강인함을 발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는 듯 하여 고마운 미소가 번진다.

 

찾는 사람 많지 않아 안전한데, 어떤 길을 택해 걷고 올라도 환상적인 꽃길을 만날 수 있는 팔봉산을 찾아보자. 꽃이 다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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