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진포구를 찾아서

▲ 엔진고장으로 수확없이 돌아오는 배.

전국에 비가 내릴 거라는 기상예보와는 달리 태양이 격렬하게 빛을 발하던 14일 오후 5시경 찾아본 한진포구에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포구 입구 포장마차에는 의자마다 회 한 접시 떠 놓고 각종 해산물에 소주 한 잔 들이키며 발그레진 얼굴로 인생을 논 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선착장 근처 하우스 아래서 수십 년 장사를 해왔다는 어르신이 설명해줍니다.

“요즘 오시는 분들은 소라, 바지락, 갑오징어 많이들 찾어. 바지락은 1키로에 7천원, 소라 큰 것은 멀리 나가 깊은데서 잡아야 허고, 작은 것은 앞바다에서 잡아. 큰 것은 1키로에 만 오천 원, 작은 것은 7천 원부터 만원까지 있제. 갑오징어는 조금 때랑 사리 때랑 값이 달라. 지금 같은 조금 때는 마리에 만 칠천 원, 사리 때는 만이천원부터 만 오천 원까지 혀.”

자상하게 어르신 조목조목 설명 해 주고 계시는데 바로 마주보고 앉은 아주머니께서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 한 마리 번쩍 들어 올리시더니 “이 문어가 1키로에 3만 5천 원 인디 달아 보니께 1키로 허구두 500이 넘어유. 그냥 3만원에 가져 가유.” 하시니, 해산물 둘러보고 있던 손님들 일제히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선착장으로 향하니 젊은이들 여럿이 낚싯대 드리우고 서 있으니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여기 오늘 친구들이랑 처음 왔는데 어떤 고기가 잡힐지 기대돼요.” 아산시에서 왔다는 대학생이 되돌아 나오려는데 금세 호들갑을 떨며 쫒아옵니다.

“잡았어요! 여기로 와서 보셔요!” 내심 기대를 안고 후루룩 달려갔는데 10센티미터도 안 돼 보이는 작은 우럭 새끼 한 마리 치켜들고 해냈다는 자부심이 얼굴 가득 넘쳐흐릅니다. 셋이서 “친구야, 바짝 들어 올려 봐라. 사진 찍어 주께.” 하며 신이 났습니다. 자랑스럽게 치켜든 모습을 제 카메라에도 담았습니다.

그때 배 한척이 들어오는데 검붉게 그을린 어부들의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엔진이 고장 나서 그냥 들어오는 거유.” 선착장 머리에 서 있던 주민이 배 줄을 잡아주며 말해줍니다. 고기를 잡지 못해 수익이 없고, 엔진 수리를 해야 하니 지출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분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이 하나 없습니다.

그때 또 다른 배가 들어오는데 거중기까지 동원해 무거운 닻을 트럭에 옮깁니다.

“저것은 광어 잡을라고 그물을 칠 때 고정시키는 닻 인디 인자 철수 허는 거유.”

“그런데 잡은 고기는 왜 안보여요?”

“한 달 전에 그물 쳐놓았는디 못 잡은 거쥬. 올해 광어가 잘 안 잡히네유.”

또 한 번 어민들의 말로 표현 못할 고충을 대합니다.

이분들의 고충을 알 리 없는 관광객들은 전망대를 향해 기다랗게 이어진 데크를 걸으며 바닷바람 기분 좋게 맞습니다.

“이야, 여기 멋지다!”

삼삼오오 걸으며 나누는 관광객들의 기분 좋은 이야기꽃이 바닷바람 타고 뒤따라 걷는 내 귀에 날아듭니다.

데크 아래 자갈밭 일가족이 낚시를 즐기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대교는 언제 봐도 웅장하고, 하나 둘 들어와 정박한 배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서고, 한진포구 일대가 다 제 꺼 인 부자 갈매기들은 뻐기며 날아오릅니다.

또 다른 배가 들어와 만선으로 돌아왔는가 싶어 급히 선착장으로 달려가 봅니다. 아무 말 없이 배 아래에서 물고기를 자꾸만 퍼내는데 어찌된 일인지 고기들이 움직임이 없습니다.

“어이구, 워치게 살아있는 눔이 한 마리가 없냐!” 선착장에 서서 지켜보던 한 주민이 한 숨을 내쉬며 함께 아파해 줍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여쭈니 기계고장이랍니다. 종일 뜨거운 태양과 싸워가며 거둔 수확이 헛것이 되었습니다.

엔진이 고장 나 허탕치고 돌아오는 배가 있는가 하면, 한 달 전부터 쳐놓았던 그물을 허망하게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기계고장으로 잡은 고기가 모조리 죽어버리는 아픔까지, 뜻밖에 어민들의 애환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분들은 내일 또 새 희망을 품고 삶의 터전인 푸른 바다 위에 배를 띄우겠지요.

뜻하지 않은 어려움, 여러 문제들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인내하며 지금 이 시간도 바다에 나가 때로는 작렬하는 태양과, 때로는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삶을 이어가는 우리 어민들을 힘차게 응원해 봅니다. 화이팅!


▲ 기계 고장으로 모조리 죽어버린 물고기를 퍼올리는 어부들.

▲ 광어 잡으려고 한 달 전 쳐놓았던 그물을 수확없이 철수하고 그물 고정용 닻을 내리는 어부들

▲ 한진포구를 찾아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

▲ 한진포구 전망대로 가는 데크길

▲ 한진포구 입구 해산물 판매장


▲ 한진포구를 찾은 아산 청년이 우럭새끼를 낚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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