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춘 시인

춥고 배고프던 시절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나무토막하나

살점이 뜯기어나가도

뼈가 부서져나가도 그는

도끼날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남의 몸을 두 쪽으로 가를 적마다

자신의 몸도 살점이 뜯기어나갔다

장작의 사명은 불꽃 피움이다

그들은 아궁이에서 생을 마친다

결 좋은 나무통은 쉽게 빠개지는데

옹이 져 휘인 나무는

모탕이 그를 거부하였다

 

살점이 뜯기어나가고

뼈가 부서져나가더라도

동료의 몸이 멋지게 두 쪽 나도록

몸을 받쳐주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나무토막

도끼날은 그를 믿고

장작을 쩍쩍 팼다

호흡이 척척 잘 들어맞아 떨어지는 날

장작은 쩍쩍 잘도 갈라져나갔다

세상사도 이렇게 척척

쉽게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태까지 살아남아있는 모탕하나

바깥마당가녘 풀숲에 파묻혀

상처에 꽂힌 도끼날빛 끌어안고

햇살을 조각조각 쪼개는 서슬 퍼렇다

 

*모탕-장작 팰 때 받침이 되어주는 나무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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