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

끼리끼리 모여들어

빛깔자랑 잘도 하는가보던데

별로 하는 일없이

빈둥빈둥 시큰둥하다가도

바람이 가자고 부추기기만 하면

뒤도 돌아볼 것 없이

선뜻 따라나서는 꼬락서니라니

못 믿을 건

그대마음속 가벼움이더라

 

풀잎한테 들르는 건 잠시일 뿐

기약 없이 훌쩍 떠나가는 낙엽

무정하기 짝 없고

야속하기 짝 없는

그대는 부평초인생이더라

고향풀밭 떠날 줄 모르는

풀잎은

그대 돌아오기 기다리다

학모가지 되는데

그대는 엽서 한 장 없이

낙엽처럼 헤매기만 하더라

 

오늘도 풀잎은

오솔길가녘에 희멀거니 서서

바람꽁무니 따라가는 그대모습

바스락거림 나붓거림 연정하노라

언제든 우리만나

함께 활활 불탈 날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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