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가 멈출 것 같지 않는 코로나19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회적거리 2단계 2주일 연장을 발표한 가운데 주말을 맞은 지난 5일 대산 삼길포항을 취재차 찾아보았습니다.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에 소재한 삼길포항은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와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를 연결하는 대호방조제의 끝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1984년 11월 16일 준공됐다는 대호방제 7.8km 해변을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낚싯대 드리우고 선 모습이 여유롭습니다.

거리두기에 민감한 요즘 주말이지만 아무래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하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달리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이미 가득 메운 차량들을 보고 놀랍니다.

주차장부터 해변을 둘러싸고 간간히 쳐진 텐트 안에서 아이들 엎드려 독서를 즐기는 모습, 떠 온 회를 초장에 푹 담가 소주 한잔 걸쳐가며 늦은 점심을 대하는 분들도 있고, 한 주간 지친 몸 돗자리 깔고 누워 낮잠도 자면서 피로를 풀어봅니다.

낚싯대 드리운 남편의 듬직한 뒷모습을 멋진 파라솔 대신 커다란 우산을 받쳐 들고 앉아 바라보는 아내는 대어를 낚아 올릴 기대를 하며 버너 위 냄비에 매운탕 끓일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깃털이 표고버섯을 닮았고 갈매기로 보이는 녀석은 바로 옆에 사람을 두고도 두렴 없이 한참을 머물러 모두의 시선을 끕니다.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들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이들 오셨네요.”

쉴 새 없이 뻥뻥 소리 내며 튀겨져 나온 뻥튀기를 비닐봉투에 담는 어르신이 말씀해 주십니다.

“여기는 코로나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사람들이 북적대.”

어르신 말씀대로 회를 떠가려고 부잔교를 건너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미 회를 떠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자꾸만 멈춰 서 줄까지 서는 곳이 궁금해 다가가 보니 초장이며 상추며 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부재료들을 파는 곳입니다.

“집에 가져가서 먹자니 싱싱함이 덜할 것 같고, 식당 안은 밀폐된 공간이니까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바닷가에 돗자리 펴놓고 먹고 가려구요.”

평택에서 부모님 모시고 왔다는 자녀들이 벌써부터 그늘막 아래 자리 펴놓고 기다리는 노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어줍니다.

갓 잡아 온 싱싱한 우럭이며 놀래미, 도다리, 광어, 아나고, 간재미, 꽃게까지 회를 떠가려고 앉아 기다리는 손님들의 얼굴엔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제가 친정이 저 밑에 섬마을이거든요. 친정은 너무 멀어 자주 못가니까 여기 오면 고향에 온 것 같이 마음이 참 좋아요. 여기 올 때마다 회 먹고 가는데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신랑이랑 회 한번 실컷 먹어볼 생각이에요.”

우럭이랑 광어회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서 있던 젊은 아낙이 침을 꼴딱 꼴딱 삼켜가며 인터뷰에 응해줍니다.

배에서 꽃게를 한보따리 사서 들고 나가려는 안성에서 왔다는 어머니를 붙들고 물었습니다.

“도시에서는 1킬로그램에 2만원이 넘거든요.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1만3천원에 주시네요.”

만족한 얼굴로 집을 향하는 안성댁을 뒤 따라 올라 작별하고 수산물직매장을 찾아보니 이곳도 수산물, 건어물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쥐포, 박대, 멸치, 노가리, 보리굴비, 젓갈까지 있어야 할 것은 어지간히 다 있는 매장의 주인들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직매장 뒤편으로 돌아가 보니 빨래 건조대에 빨래 대신 낱낱이 집게에 물린 우럭포가 해풍 맞아가며 잘 건조돼 가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한 바퀴 휘돌아 나와 돌아가려는 길목에 강아지 5형제가 서로를 의지하고 누워 낮잠을 즐기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내가 못 키우니께 그냥 팔려고 데리고 나왔슈. 만원만 주유.”

“강아지 다섯 마리를 낳은거에요?”

“아니유. 여섯 마리 낳았쥬. 한 마리는 오늘 아침에 키우겄다고 누가 가져갔슈.”

어쩌면 형제들과 또 생이별을 해야 할 지도 모를 슬픈 상황을 알 리 없는 녀석들이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만 이라도 행복을 만끽하면 좋겠네요.

이렇게 정겹고도 생동감이 넘치는 이곳 삼길포항은 우럭이 많이 잡히는 이유로 매년 10월을 즈음하여 우럭축제가 열립니다.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 속히 코로나19가 진정이 되어 올해 꼭 축제가 열리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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