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어민들의 애환을 보았습니다!
15일 한진포구를 찾아서
전국에 비가 내릴 거라는 기상예보와는 달리 태양이 격렬하게 빛을 발하던 14일 오후 5시경 찾아본 한진포구에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포구 입구 포장마차에는 의자마다 회 한 접시 떠 놓고 각종 해산물에 소주 한 잔 들이키며 발그레진 얼굴로 인생을 논 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선착장 근처 하우스 아래서 수십 년 장사를 해왔다는 어르신이 설명해줍니다.
“요즘 오시는 분들은 소라, 바지락, 갑오징어 많이들 찾어. 바지락은 1키로에 7천원, 소라 큰 것은 멀리 나가 깊은데서 잡아야 허고, 작은 것은 앞바다에서 잡아. 큰 것은 1키로에 만 오천 원, 작은 것은 7천 원부터 만원까지 있제. 갑오징어는 조금 때랑 사리 때랑 값이 달라. 지금 같은 조금 때는 마리에 만 칠천 원, 사리 때는 만이천원부터 만 오천 원까지 혀.”
자상하게 어르신 조목조목 설명 해 주고 계시는데 바로 마주보고 앉은 아주머니께서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 한 마리 번쩍 들어 올리시더니 “이 문어가 1키로에 3만 5천 원 인디 달아 보니께 1키로 허구두 500이 넘어유. 그냥 3만원에 가져 가유.” 하시니, 해산물 둘러보고 있던 손님들 일제히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선착장으로 향하니 젊은이들 여럿이 낚싯대 드리우고 서 있으니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여기 오늘 친구들이랑 처음 왔는데 어떤 고기가 잡힐지 기대돼요.” 아산시에서 왔다는 대학생이 되돌아 나오려는데 금세 호들갑을 떨며 쫒아옵니다.
“잡았어요! 여기로 와서 보셔요!” 내심 기대를 안고 후루룩 달려갔는데 10센티미터도 안 돼 보이는 작은 우럭 새끼 한 마리 치켜들고 해냈다는 자부심이 얼굴 가득 넘쳐흐릅니다. 셋이서 “친구야, 바짝 들어 올려 봐라. 사진 찍어 주께.” 하며 신이 났습니다. 자랑스럽게 치켜든 모습을 제 카메라에도 담았습니다.
그때 배 한척이 들어오는데 검붉게 그을린 어부들의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엔진이 고장 나서 그냥 들어오는 거유.” 선착장 머리에 서 있던 주민이 배 줄을 잡아주며 말해줍니다. 고기를 잡지 못해 수익이 없고, 엔진 수리를 해야 하니 지출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분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이 하나 없습니다.
그때 또 다른 배가 들어오는데 거중기까지 동원해 무거운 닻을 트럭에 옮깁니다.
“저것은 광어 잡을라고 그물을 칠 때 고정시키는 닻 인디 인자 철수 허는 거유.”
“그런데 잡은 고기는 왜 안보여요?”
“한 달 전에 그물 쳐놓았는디 못 잡은 거쥬. 올해 광어가 잘 안 잡히네유.”
또 한 번 어민들의 말로 표현 못할 고충을 대합니다.
이분들의 고충을 알 리 없는 관광객들은 전망대를 향해 기다랗게 이어진 데크를 걸으며 바닷바람 기분 좋게 맞습니다.
“이야, 여기 멋지다!”
삼삼오오 걸으며 나누는 관광객들의 기분 좋은 이야기꽃이 바닷바람 타고 뒤따라 걷는 내 귀에 날아듭니다.
데크 아래 자갈밭 일가족이 낚시를 즐기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대교는 언제 봐도 웅장하고, 하나 둘 들어와 정박한 배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서고, 한진포구 일대가 다 제 꺼 인 부자 갈매기들은 뻐기며 날아오릅니다.
또 다른 배가 들어와 만선으로 돌아왔는가 싶어 급히 선착장으로 달려가 봅니다. 아무 말 없이 배 아래에서 물고기를 자꾸만 퍼내는데 어찌된 일인지 고기들이 움직임이 없습니다.
“어이구, 워치게 살아있는 눔이 한 마리가 없냐!” 선착장에 서서 지켜보던 한 주민이 한 숨을 내쉬며 함께 아파해 줍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여쭈니 기계고장이랍니다. 종일 뜨거운 태양과 싸워가며 거둔 수확이 헛것이 되었습니다.
엔진이 고장 나 허탕치고 돌아오는 배가 있는가 하면, 한 달 전부터 쳐놓았던 그물을 허망하게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기계고장으로 잡은 고기가 모조리 죽어버리는 아픔까지, 뜻밖에 어민들의 애환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분들은 내일 또 새 희망을 품고 삶의 터전인 푸른 바다 위에 배를 띄우겠지요.
뜻하지 않은 어려움, 여러 문제들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인내하며 지금 이 시간도 바다에 나가 때로는 작렬하는 태양과, 때로는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삶을 이어가는 우리 어민들을 힘차게 응원해 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