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졌던 사람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교단에서 내려왔다.

서산성봉학교 교감을 마감으로 교직을 떠난 이상배 씨(사진)는 요즘 길고도 짧았던 자신의 교직인생을 되돌아보고 회상에 잠기곤 한다.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었던 교실, 아름답게 가꾸었던 교정, 재잘거리며 하루가 멀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헛된 인생은 아니었다’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지난 12일 서해안신문 문화마당에서 만난 이 씨는 무엇보다 가슴에 남는 것은 마지막까지 출근했던 서산성봉학교란다. 사실 그는 잘 나가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처음 교편을 잡고서 서령중 5년을 거쳐 23년간 서산농고에서 교단에 서며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부단히도 노력했던 선생이었다.

그랬던 그가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성봉학교로 옮긴 것은 평소 봉사를 소신으로 여기던 그의 성품 때문이었다.

이 씨는 그곳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깨달았다고 한다. 대뜸 그는 “어디까지가 감사인가. 당신은 어디까지 감사할 수 있는가”라는 극히 철학적인 선문답을 던졌다. 무의미하게 생각하면 하나의 단어에 불과하지만 생각의 깊이가 더할수록 어떻게 대답할 지 망설여지는 질문이었다.

그는 장애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반년 동안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입을 뗀다. “장애학생들을 돌보고 지도하자면 천사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어요. 20대 처녀 교사가 다 큰 장애학생의 똥 오줌까지 처리해줘야 할 때도 있는데 요즘 어느 선생들이 그런 일을 좋아하겠어요. 교사들의 헌신정신이 대단들 해요”라고 말했다.

성봉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기분이 좋은 시간은 ‘학교 오는 시간’이라고 말한단다. 일반 학교 아이들은 집에 가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질 텐데 반대로 이 곳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이다. 천사 같은 선생님들과 공부도 하고 집에 갇힌 답답함을 풀어버릴 수 있어서 그런 것일 게다. 그래서 학교 오는 이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 교육 행정이 균등해야

교직을 떠난 후 더욱 학교문제를 걱정하는 이상배 씨. 평생을 교단에 있었던 그에게 학교의 나아갈 바를 물었다.

이 씨는 “교육행정이 균등하지 않다. 정치적인 고려가 많다. 일례로 안면도, 소원, 근흥 소재 학교만 가더라도 비가 새는 곳이 있는 반면 사람 많은 시내 학교는 초호화시설로 개선되고 있다. 촌에는 표가 없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교적 발전이 덜 된 태안지역에는 특목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에 기숙형 중학교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해양관광레저 교육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만리포고, 안면고에 해양관광레저학과를 신설하고 관련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람이 많아 수요가 넘치는 서산 시내에는 인문계반을 증설해야 탈락한 아이들이 먼 곳으로 통학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대산고를 국제고로 전환해서 기업체 임직원 자녀들과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해야 지역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당진지역에는 기업체 임직원 지역주민화를 위해 영재 중 고 설립 추진, 교육연구정보원, 과학직업교원원 등 교육 직속기관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지역 학교의 변화와 함께 학력증진을 위한 우수 교직원 유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우선 교직원 합숙소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데 미분양 아파트를 활용하고 서해지역에 일정기간 근무하면 인사 우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생을 교단에 섰던 이 씨는 아직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여전해 보였다. 아마도 남은 일생도 무엇이 아이들에게 더 훌륭한 교육일까 연구하면서 보낼 것 같았다. 그런 이 씨의 열정이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전국지역신문협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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