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대전충남회장


지도자의 약속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들이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할 때는 그 사람의 약속이 믿을 만한 것인지 아닌지 먼저 살핀다. 선진국 국민일수록 인맥이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지도자의 약속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그 약속이 실현가능한지 검증하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지도자로 선택된 사람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도자는 약속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되며 신중한 고민 끝에 약속을 했다면 목숨을 걸고 그것을 지키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아 안타깝다. 새해 들어서 청와대의 한 비서관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해 과학벨트 조성과 관련 대통령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면서 전국 모든 지역을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이 진실이라면 약속이라는 것이 허무한 것이 될 것이다. 그것도 국가 최고 지도자가 전 국민에게 한 약속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토록 중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위기에 빠진다면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오로지 지도자의 약속만 신주단지처럼 붙들고 믿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배신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대전 충남북 3개 시도지사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조직적인 반발과 저항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화제의 중심에 선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국책사업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세종시, 오송·오창의 BT·IT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들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며 약속의 실현을 기대하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토록 답답한 현실을 보며 국민의 입장에서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적인 중요한 일정들이 한 사람의 말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꼴이니 말이다. 우선 정부에서는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확인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정말 정부 차원에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혀주어야 한다. 지금 충청권 주민들은 한 사람의 말 때문에 큰 혼란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세종시 수정논란에 이어 또다시 충청권이 우롱당하고 있다며 흥분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국민적인 대혼란이 왜 또다시 벌어져야 하는가.

지금 500만 충청권을 포함한 국민들은 새해 들어 나라의 평안과 무사고를 바라고 있다. 또다시 국가적인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짜여진 일정과 약속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제2의 세종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과학벨트 조성사업 충청권 입지를 지정·고시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도자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고 그 책임을 통감하며 사업진행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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