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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내 분
[연재소설]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111호] 2011년 08월 17일 (수) 10:52:30 서영태 기자 ssytt00@naver.com


12월9일 오전8시30분 <주간충남>사무실에서는 아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신문사 구성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편집장 김재진도 목발을 짚고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대단히 긴장된 분위기다. 김재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광고주들을 협박한 작자가 청수마을 청년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작자 뒤에는 더 크고 무서운 세력이 있는 줄 압니다만 아직은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 다. 그들이 광고주를 협박해서 우리 고정광고 30개중 21개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운영상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3일전에 나갔어야 할 여러분의 월급을 주지 못했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신문사를 정상화 시키는데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장 김재진의 장황한 말이 계속 이어진다. 다들 고분고분 듣고 있는데 취재부장 이정수가 말을 꺼낸다.
「편집장님, 이렇게 심각한 타격을 입어서는 더 이상 신문사 운영이 어려운 것 아닙니까? 이런 마당에 제가 섭외했던 사람이 5천만 원을 후원 한다는데 받아들이시는 것이 어떻습 니까.」
김재진은 이정수의 느닷없는 말에 깜짝 놀란다. 그 후원금 건은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안 받겠다고 전달했는데 그것도 믿었던 직속후배가 공개적으로 할 말이 아니다. 이정수의 무모하고 예의 없는 발언에 화가 난 김재진은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그 후원금 건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지 않았나? 내가 뒷조사를 해보니 후원금을 내겠다 는 최현범이라는 사람은 정태섭 회장 가족 사건부터 청수마을 납치사건까지 관련된 여러 정황이 있어. 그렇게 의혹이 많은 사람의 후원금을 받았다가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런 사람의 후원은 절대로 받을 수 없어!」
이에 이정수도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그 옆에 있던 신미연도 거들고 나선다.
「그렇지만 편집장님의 말씀에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정황만 가지고 일을 그르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이렇게 운영이 어려울 바에는 신문사를 파시는 게 어떻습니까?」
한술 더 떠서 말하는 신미연에게 차마 입이 떨어지지 못하는 김재진이 빤히 바라본다. 그렇게 착하고 능력 있는 두 기자들이 공개적으로 선배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두 사람에게 어떤 충격이 있었기에 이토록 무섭게 변했단 말인가. 아예 말문이 막힌 김재진을 대신해서 이연준이 말을 잇는다.
「내가 계속 취재를 해봤더니 이정수 부장과 신미연 기자가 청수마을 청년들과 가깝게 지내 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최현범의 전원주택에서 청수마을 청년들과 모이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두 기자가 분명히 한쪽 편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이연준의 난데없는 발언에 잠시 주춤하던 이정수가 말한다.
「우리는 누구의 편도 아닌 <주간충남>편입니다. 신문사가 살아야 기자들도 있는 것 아닙 니까. 무능한 운영자는 손을 떼야 신문사가 살아남습니다. 이제 능력 있는 사람이 신문사 를 이끌어 줘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하다. 이정수가 김재진을 지칭하며 무능한 운영자라고 말했다. 해서는 안 될 말이고 넘지 말아야 할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졸지에 무능한 운영자로 불린 김재진은 이정수와 신미연을 번갈아 가며 노려보고 있다. 살벌한 분위기가 모든 사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오늘 이정수와 신미연이 작정하고 발언한 것은 어젯밤에 ‘그분’한테서 특별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성의를 무시하고 후원을 거절한 김재진에 대해 불쾌하게 말씀하셨다. 더 나아가 얼마가 되었든 <주간충남>을 인수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그분’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신문사를 ‘그분’에게 바쳐야 한다.
그래서 아침회의 시간부터 작정하고 분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들은 목적을 이룰 때까지 집요하게 분란을 일으킬 것이다. 김재진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정수와 신미연이 빠져나간 사무실에서는 나머지 4명이 남아있다. 무거운 침묵과 함께 분노의 기운이 감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사무국장 진현미가 입을 연다.
「저 두 사람이 실종됐다 돌아오더니만 완전히 돌았어요.
모두 단결해도 어려운 때에 저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걸보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 요.」
진현미의 말을 이연준이 잇는다.
「두 사람은 실종됐을 때부터 문제가 생긴 겁니다. 청수마을과 한 패가 돼서 신문사를 차지 하려고 작정한 겁니다. 두 사람을 빨리 쫓아내서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진현미와 이연준의 말을 번갈아 들으면서도 김재진은 말을 못한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후배이기에 두 사람을 입사시켰었다. <주간충남>에서 가장 촉망받는 능력 있는 기자들이었다. 그들이 선배를 무참히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김재진은 마음이 무척 아프다. 다음부터 후배들을 어떻게 봐야할지 자신이 없다.

청수마을 청년들을 이용한 광고주 협박은 타격이 컸다. 이 사건은 지역사회에 급속도로 퍼져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거기에다 편집장 김재진이 당한 사고가 추가되면서 <주간충남>이 곧 망할 거라는 괴 소문이 떠돌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소문이 전파되는 원인에는 경쟁 신문사의 헐뜯기 작전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였다. 신문사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주간충남>의 불행은 경쟁 신문사에 커다란 이익이었다. <주간충남>의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은 채권자들의 마음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오늘 낮에는 가장 먼저 인쇄소에서 전화가 왔다. 이 인쇄소는 지난 7년 전부터 김재진과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해왔다. 처음에는 선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신문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깐깐했던 인쇄소가 현재는 3개월의 인쇄비까지 미수금으로 깔아줄 정도로 단골이 됐다. 그런데 괴 소문을 전해들은 인쇄소에서 미수금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적어도 한 달 치라도 정리해 주지 않으면 내일 예정된 신문제작이 어렵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김재진은 일단 인쇄소부터 달래야 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현금과 통장 4개를 다 털어서 한 달 치 인쇄비를 송금하기로 한다. 당장 급하지 않은 세금, 공과금, 식대 등은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다. 김재진이 가장 마음 아픈 건 기자들 월급을 며칠째 못주고 있는 점이다. 다시 7년 전의 운영난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날 퇴근 후 한적한 한정식 집 밀폐된 방에 이정수와 신미연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잠시 후 사무국장 진현미와 편집기자 정혜미가 방으로 들어와 앉는다. 진현미가 먼저 말을 꺼낸다.
「두 사람이 오늘 아침 일을 사과한다고 해서 온 거야. 너무 심한 말을 한 거는 알고 있 지?」
사무국장의 말에 신미연이 대답한다.
「네. 사무국장님, 저희가 아침에는 흥분해서 실수했어요.
그런데 편집장님의 고집대로 가다가는 신문사가 문을 닫는 게 뻔하잖아요. 지금 급여도 못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구요! 우리도 살 길을 찾아야지...다 같이 망할 수는 없단 말입니다.」
「그래, 두 사람이 아는 것 같이 운영형편이 많이 좋지 않아. 그래도 그동안 편집장이 잘해 왔잖아. 우리가 조금만 참다보면 어떤 수가 생기겠지.」
진현미의 말에 이번에는 이정수가 끼어든다.
「고정광고주가 다 빠져 나가는데 어떻게 희망이 있습니까. 이제는 다른 신문사의 생존전략 처럼 물주를 찾아야 합니다. 더 이상 편집장을 믿고 있다간 신문 발행도 힘들어 집니다. 저희가 이미 물주를 찾아놨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진현미와 정혜미도 어느 정도 공감은 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거액이 투자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진현미는 운영형편을 잘 알기 때문에 수긍하는 부분이 많다. 그들의 눈치를 살피던 신미연이 말을 잇는다.
「저희들이 모신 투자자는 최소한 10억을 신문사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한 편집장에게는 인수대금으로 5억을 건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정도 제안이면 우리 신문사도 살고 편집장도 서운치는 않을 것입니다. 사무국장님이 편집장님을 설득해 주십시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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