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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권력이동
[연재]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778호] 2012년 10월 17일 (수) 11:18:27 서영태 기자 ssytt00@naver.com


7월15일 저녁10시 청수마을 저택에는 대낮같이 밝은 조명이 비추고 있다.
저택 차고에는 번쩍이는 차량 두 대가 세워져 있는데 한 대는 대형외제차 링컨이 검은 색깔을 반짝이며 긴 바디를 자랑하고 있다. 또 한대는 최고급 스포츠카 페라리 오픈카가 새빨간 색을 번쩍이면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급 외제차들은 민주혁이 최근 며칠 간격으로 구입한 것으로 차 값만 해서 4억이 넘는 거금이 들었다.

그러나 민주혁에게는 이 정도의 현금은 껌 값이나 다름없다. 비밀의 방 금고에는 아직 다 쓰지 못한 현금이 50억이나 쌓여있고 매달 꼬박꼬박 유흥업소에서 흘러들어오는 관리비가 4억에 달했으니 아무리 써도 부족하지 않을 현금이 넘쳐난다.
밤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50여명의 조직원들은 큰 형님인 민주혁의 말을 너무 잘 듣는다. 보수도 공무원 두 배 월급을 지급하는데다 퇴직금까지 적립해주는데 백수건달 생활이나 하던 조직원들이 충성을 다짐할 수밖에 없다.

민주혁은 저택에 딸린 수영장에서 오랜만에 수영을 즐기고 있고 비키니를 입은 두 명의 20대 미녀가 발만 담근 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이 20대 미녀들은 밤의 세계 유흥업소에서 가장 예쁘다는 2명을 뽑아 오늘 밤 저택에 데려온 것이다.

청수교 주인이었던 최현범의 죽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주혁에게는 해방을 가져왔다. 정신세계를 지배하던 주인이 없어졌으니 더 이상 무서움에 떨며 복종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어느새 밤의 세계 큰형님이 되어 있었으며 막대한 현금이 매달 꼬박고박 수금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주어진 상황이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50여명의 조직원들이 자신에게 깍듯이 경례하고 복종하는 데에 희열을 느끼게 됐다. 점차 주인의 살벌한 명령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됐다.
민주혁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 폭력영화에서 나오는 보스를 동경하고 살아왔었다. 그들이 가진 조직과 돈과 여자들이 좋아보였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보스의 역할을 실제로 해 볼 수 있게 됐다.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할 것이었다. 어차피 돈은 매달 거액이 들어오고 더 이상 서주저축은행에 갖다 바칠 필요도 없어졌다. 어쩌면 유희석이 배신의 길을 택한 것이 민주혁에게는 고마운 일일수도 있었다.

한참 수영솜씨를 뽐내던 민주혁이 물에서 올라오자 2명의 미녀들이 커다란 수건을 가져와 그의 몸을 닦아주고 와인 잔을 건넨다.
「이게 다 오빠집이야? 재벌 2세 인가봐!」
「너희들 오늘 이 오빠한테 서비스 잘해봐.
승용차 한 대씩은 빼줄 테니까!」
정말 영화 속의 보스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민주혁이 와인 잔을 단숨에 비우고 두 미녀와 함께 실내로 사라진다. 저택 정문과 주변에는 10여명의 마을 청년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비를 서고 있다.

새벽2시가 가까워지자 저택을 경비하던 청년들도 예전의 철통같은 경계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보인다. 더 이상 위험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민주혁이 경계를 강조하지 않고 요즘 여흥을 즐기느라 바빠서 청년들을 챙기지 못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청년들은 저택의 정문에만 5명 정도 보일 뿐 어디서 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순간 어둠속에서 검은 복면 사내들 50여명이 정문 앞으로 재빨리 다가선다. 10미터 앞까지 다가왔을 때에야 복면사내들의 무리를 발견한 청년들이 농기구를 들어 보이는 찰나 온 몸에 강력한 전기충격을 받아들이며 한 명씩 쓰러진다. 워낙 순식간이라서 미처 저항할 새도 없었고 많은 수가 덤벼드는 바람에 손을 써 볼 수도 없었다. 50여명의 복면 사내들은 예상보다 싱겁다는 듯 여유 있는 표정으로 정문을 뛰어넘어 정원으로 들어선다. 현관문을 잡고 열었을 때에도 안에서는 전혀 인기척이 없다. 경비를 서던 청년들을 믿고 완전히 잠들어 버린 것 일게다.
민주혁이 어떤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자 검은 복면사내들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날카로운 단검이 목을 겨누고 있어서 꼼짝할 수 없는 가운데 그의 몸을 돌린 사내들이 뒤에서 두 손을 묶는다. 같이 잠들었던 두 미녀는 한쪽 벽에서 무릎을 꿇은 채 묶여있다. 복면 사내들에게 끌려 나간 거실에는 남 선지자와 유희석이 소파에 앉아있다. 손을 묶인 채로 민주혁은 그들의 앞에 끌려가 무릎을 꿇는다.
「너는 우리에게 졌다. 이제는 항복할 때가 됐다.」
남 선지자의 말에 민주혁은 그를 사납게 째려본다.
「너희 같은 배신자들에게 항복하느니 죽고 말겠다.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 조직원들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네 모친이 살아있더군. 이미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모셨다. 항복하지 않으면 너도 죽고 네 모친도 죽는다. 어떻게 할테냐?」

청년회장 민주혁은 마을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였다. 청수교 최현범에게 세뇌된 뒤에는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느라 바쁜 세월을 보냈지만 여전히 홀어머니에게는 지극한 효자다. 그런 어머니를 저들이 모셔갔다는 말에 민주혁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청수교 추종자가 된 후 예전만큼 효도를 다하지 못한 죄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제발 제 어머니는 손대지 말아 주십시오.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당분간 어머님을 편하게 모시고 있겠다. 우리가 시키는 일만 잘하면 풀어줄 것이다. 아니면 모자간에 저 세상으로 가는 거야.」

이 때부터 민주혁은 다시 자유를 잃게 되고 남 선지자와 유희석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효자였던 아들의 가장 큰 약점을 건드려 사람을 지배하는 사악한 마성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역시 악마의 지배를 받던 추종자들이라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그 후 민주혁은 어머니의 행방을 암암리에 찾아보지만 워낙 비밀리에 숨겨져 있어서 행방이 묘연하다. 그나마 가끔 안부를 물을 수 있게 전화라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그는 최대한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면서 마음속으로만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밤의 세계를 지배하는 민주혁의 약점을 잡으면서 유흥업소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자금은 다시 서주저축은행으로 입금되기 시작한다. 거액이 매달 들어오기 시작하자 유희석이 가장 기뻐하나 10억은 따로 떼어 남선지자 측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두 사람이 동업을 선택한 대가다.

청수마을 왕국건설도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벌써 각종 중장비가 동원되어 기초를 다져나가고 있다. 국회의원과 시장이 워낙 빠르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50억의 예산이 편성되었고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청수마을에 조성되는 자연테마학습장을 시청에서는 엄청나게 홍보하고 있다. 친환경적이며 자연적인 사업으로 가야산의 수려한 자연을 담아 전국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며 1년 예상 수익만 50억 정도 규모로 운영흑자를 낼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홍보한다. 그러나 담당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너무 부풀려진 부분이 많아서 그렇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될 지 자신이 없지만 시장이 힘차게 밀어붙이는 사업이라서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이 사업 부지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쉬웠다. 청수교 재단에서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모르지만 20만 평을 내놨으며 마을주민들은 전혀 반대하지 않고 힘을 보태주었다. 단, 청수교재단의 조건이 있다면 마을청년 20여 명을 전부 자연테마학습장에 고용해달라는 것이었다. 시장에게서는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자연테마학습장은 국가예산 500억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이었지만 알고 보면 청수교 재단 추종자들 20여명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공사를 맡은 업체도 청수종합건설이었다. 이 업체는 고 정태섭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였는데 후임을 맡은 사장 역시 청수교 추종자였기에 남 선지자의 뜻에 따라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했다.

이 업체가 공사를 맡게 된 데에는 국회의원과 시장의 역할이 컸다.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이다보니 철저하게 공개입찰로 진행되어 능력을 갖춘 대기업 건설회사가 입찰을 따게 되었다. 하지만 관행상 대기업은 20% 정도의 마진만 챙기고 실제로는 하청업체에 맡기게 되는데 국회의원과 시장이 여기에 관여해 청수종합건설이 선정되도록 압력을 넣었다. 대기업도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들의 압력에 거부하기는 어려워서 지정하는 업체에 하청을 주게 되고 남 선지자가 원하는 대로 왕국이 건설되고 있었다. 겉모습은 자연테마학습장이었지만 알고 보면 남 선지자의 왕국이 건설되고 있었으며 또 하나의 사업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애초에 유희석과 남선지자의 동업조건이었던 왕국의 주인은 남 선지자의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밤의 세계는 유희석이 실제적인 지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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