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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실마리
[연재]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555호] 2013년 03월 13일 (수) 12:40:11 서영태 기자 ssytt00@naver.com

이날 저녁8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고기집구석에서 불판에 돼지 목살을 올려놓고 지글거리고 있는 고깃덩이를 바라보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두 중년사내. 이연준이 박 형사에게 다시 한 잔 가득 소주를 채워준다.

「내가 말했다시피 민주혁이란 놈이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네.
만약 이 사건을 해결하면 자네도 일계급 특진은 떼어놓는 당상이야. 납치된 민주혁의 부 모님만 찾아내주게. 그러면 사건은 저절로 해결 될 거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선배님 집념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제가 졌습니다. 선배님 말씀대로 최선을 다해보죠. 하지만 저도 은밀하게 수사해야 합니 다. 아무래도 서장이 그들 편이어서 드러나면 안돼요.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이연준의 정보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 지난 2년이 넘는 세월동안 풀지 못했던 청수마을의 비밀을 단숨에 풀 수 있는 열쇠가 민주혁에게 있었다. 그에게서 진실을 알아내려면 그의 어머님이 잡혀있는 위치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후에는 오랜 시간의 비밀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박 형사가 경찰에 몸담은 이후 별스런 사건을 해결한 공이 없어서 진급에서 매번 누락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기회가 찾아왔다. 박 형사의 능력을 만천하에 보여줄 절호의 찬스다. 그가 평생 넘을 수 없었던 선배 이연준이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박 형사는 은밀하게 민주혁의 어머님 행방을 추적한다. 어머님의 행방을 놓쳤다는 서천 바닷가를 중심으로 차량이 이동한 흔적, CCTV를 통한 이동방향, 핸드폰 위치 추적 등의 최첨단 수사방법을 총 동원해서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일 것이다.

11월4일 오전10시 청수마을 왕국 건축현장.
백발의 머리를 늘어뜨린 남 선지자와 30여명의 측근들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다. 500억 국비가 투입되는 자연체험학습장의 뼈대가 한창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웅장한 위용이 대단하다. 정면에는 조감도가 세워져있는데 10층 건물을 중심으로 10여개의 각종 체험장들이 방사형으로 퍼져서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그곳에는 모든 동물의 암수 한 쌍을 집어넣어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는데 건설되는 왕국이 마치 커다란 노아의 방주 같아서 바깥세상은 다 멸망하기 때문에 똑같이 재현하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각종 체험장에는 동물뿐만 아니라 채소, 과일을 포함한 식물들까지 모두 옮겨놓을 예정이었다. 신도들은 왕국을 일컬어 에덴동산이라는 말로도 표현했다. 그옆으로는 20층 규모의 성전 건물 뼈대가 웅장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 성전이야 말로 산이 강림하여 지상세계를 다스릴 장소였기에 가장 고급스러운 재료를 총동원해서 지어지고 있었다. 모든 신도들은 성전의 뼈대를 향하여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세 번의 큰 절을 했다. 이러한 법칙은 남 선지자가 특별히 명령한 것으로 앞으로 강림하실 신을 예비하기 위해 가장 신성한 마음으로 예의를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슬람교를 따라하는 것처럼 이국적이고 부자연스럽게 생각되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고 청수바람교를 대표하는 예식으로 자리잡아갔다.
20층 규모의 웅대한 성전을 중심으로 신도들이 기거할 주택 5천세대가 둘러싸면서 거대한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주택은 모두 2층짜리 전원주택으로 꾸며지고 성전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도로가 반듯이 건설되고 있었다. 마치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인 계획도시의 모습이었다. 왕국건설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공사현장에 나온 신도들이 800명에 이르러 벽돌을 나르고 삽질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신도들은 왕국만 건설 되면 하늘을 지배하는 신이 지상으로 내려와 거대한 물과 엄청난 바람으로 세상을 멸망시키고 청수왕국에서 세상을 다스릴 것을 굳게 믿고, 그날을 대비하여 매일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여신도들은 세상에 나가서 5천 세대에 입주할 왕국 백성들을 채우라는 남 선지자의 명령에 따라 모두 동원되어 부모, 형제, 친척, 이웃들을 포섭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목표로 삼은 자들을 포섭할 때까지 아예 집에서 나가지 않고 별별 이유를 대어가며 며칠 동안이고 밤낮으로 세상의 멸망을 외치고 다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신도들의 활동 때문에 이제 곧 3천 세대가 청수바람교 추종자가 되어 총 7천 명의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왕국백성으로 등록 될 터였다.
추종자들에게서 왕국 건축 기금으로 거둬들인 자금만해서 총 6천억에 이르러서 큰 문제없이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전 재산을 바치는 추종자들 때문에 흡족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여신도들의 훌륭한 포교활동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신도들이 늘어나 엄청난 자금이 모여들 것이었다.

이날 오후2시 청수마을 저택. 남 선지자와 유희석, 이정수가 200여 평 호화스런 거실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선지자님과 시장님이 협조해주셔서 눈엣가시 같던 <주간충남>편집장 김재진이 함정에 걸 려 들었습니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다 선지자님의 신도가 목격자로 나서준 때문에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둔 거지요. 지난 1년 동안 그 자가 얼마나 우리를 귀찮게 했습니까? 만약 그자를 꺾지 못했다면 우리 사업에 큰 지장이 있을 겁니다.」

「저는 우리 신도들을 잘 지도할 테니 염려마시고 왕국건설에 두 분이 많은 협조를 하시기 바랍니다.」

세 사람의 음모에 김재진이 걸려든 것은 확실했다. 목격자의 확실한 증언이 있는 한 사업을 방해하던 그가 세상에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었다.
최현범의 핵심추종자 사이에서 주인님의 죽음 후에 커다란 혼란이 일어나 큰 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세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았다.
남 선지자는 왕국을 이어받게 됐고 유희석은 시장자리와 돈을 챙기게 됐으며, 이정수는 언론단체를 지배하게 됐다. 거기에다 공동의 적까지 물리친 그들은 다시 예전의 평화를 회복하게 되고 그들의 권력에 다시 대항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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