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 박 영 춘

끊을 건 끊고

줄일 건 줄이고

버릴 건 버리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이제는 조용히

몸 사리는 때인가보다




꽃피고

매달고

영글어

콕콕 찌르고

쩍쩍 벌어져

반짝 반짝

옹골차던 좋은 때는

이제 다 지나갔나보다




떫은 세월

목 맨 그리움

고소한 시절

어느덧 흘러가고

오순도순

정겹기만 하던 삼형제

머리가 빤질빤질 굳어져

뿔뿔이 제 갈 길로 떠나가고

뼈대만 남은 밤느정이에서

허허실실 입 벌리고 있는

이제는 빈껍데기 신세인가보다




그러나 꿈은 버리지 말고

자연이 하라는 대로

순종순응하면서

밤느정이 떠날 생각 접어두고

눈 코 귀 입 꼭 다물고

움트는 봄날 기다려봐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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