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심층취재] 서산 해미읍성(사적 제116호) 역대 대통령 장승 논란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해미읍성(사적 제116호)에 설치된 역대 대통령 장승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미읍성 동헌 뒷동산에 있는 대통령 장승은 이승만(1~3대), 윤보선(4대), 박정희(5~9대), 최규하(10대), 전두환(11·12대), 노태우(13대),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등 모두 10기이다. 2010년 태풍 곤파스에 쓰러진 아름드리 소나무에 역대 대통령의 얼굴 특징을 살려 깎고 조선시대 왕을 상징하는 익선관을 씌웠다. 2013년 10월에 세워졌으며 높이는 약 3m, 둘레는 1.5~2m 안팎이다.

지난 2일 취재팀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해미읍성을 직접 찾아갔다. 이곳에 설치된 역대 대통령 장승들은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수령 100~200년 이상의 소나무가 피해를 입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해미읍성과 역사를 함께한 소나무를 의미 있게 활용하고자 계획했으며 2013년에 설치됐다.

이 장승들은 설치과정에서 사전에 문화재청에서 현상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됐다.

현상변경허가란 공사, 수리 등의 행위로 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변경한다고 판단될 경우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산시문화시설사업소 박성현 소장은 "지금은 직원들이 모두 바뀌어서 설치 당시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현상변경 허가대상이 아닌 줄 알고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했던 것은 큰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산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좋은 소나무들을 땔감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역대 대통령 장승을 세워 죽은 나무에 새 생명도 불어 넣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장승 문제가 불거지면서 각 장승에 새겨진 문구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전두환 대통령 장승에는 '정의사회 구현', 이승만 대통령 장승에는 '민주주의'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어 치적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이에 대해 박성현 소장은 "그 부분은 당시의 치적을 새겨 놓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지표를 새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미읍성에 놀러왔다가 이 장승들을 둘러본 김이식(경기도 고양시)씨는 “이승만 ‘민주주주의’, 전두환 ‘정의사회 구현’, 이명박 ‘섬기는 정부’ 등 장승에 새겨진 내용이 전혀 상식과 맞지 않는 것 같다. 당시 대통령의 행적과 맞지 않고 국민의 정서와는 틀리고 역사 유적지인 해미읍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화재청에서는 해미읍성 내 대통령 장승에 대해 자체 문화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포커스 정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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