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문화원 이준호 원장

원단은 새해의 첫날이다. 무엇이든 첫 번째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에 우리는 원단(元旦)을 중시하면서 원단에는 불순한 언행을 삼가고 몸을 잘 간수하여 어른들께 세배하고 조상께 차례를 올리는 풍습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한해의 묵은 때를 모조리 털어버리고 새로 맞이하는 한 해가 복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설을 맞이하는 것이다. 원단은 모든 게 낯설다. 처음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며 새해에 대한 익숙하지 못한 문화적 시간인식 때문에 근신(勤愼)하는 날이기도 하다.

병신(丙申)년 한해를 보내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느꼈기에 아마도 새해를 더욱 절실하게 간구(懇求)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둠의 질곡(桎梏)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태양을 맞이한 즈음에 모든 문화 시민들의 몸과 마음이 가쁜하시기를 기원하며 새해에는 소망하는 제반사가 모두 성취되시길 간곡히 소망해본다.

동지(冬至)가 지난지 열흘이며 옛부터 동지를 아세(亞歲)라 해서 작은 설이라 했다. 원단 즉 설은 아마 6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태양태음력을 받아들인 이후 태양력을 기준으로 제정된 것 같다. 원래는 추수감사제를 올리는 상원(上元)이 설이었고 모든 가원제례의식이 보름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모든 제례는 음력설에 기원하는 것인데 현대인들은 양력설이 국가에서 제도화된 것이라서 민관 모두가 양력설을 기준으로 신년사를 하고 신년인사회를 하는 등 현대판 덕담을 나누는 것을 보면 해가 바뀌는 의미만 있을 뿐 전통적 설에 대한 의미와 기능, 원류를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언제까지 양력과 음력 두 번씩 설을 맞으면서 혼돈된 행태를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음력설의 수난은 아마도 1930년대에 와서 일제 치하 속에서 우리말, 우리글, 우리의 성과 이름까지도 뺏어버리고 민속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양력설은 광복후에도 지속되어 온 것은 양력을 기준력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양력설을 맞이하여 새해인사를 나누면서도 우리의 민속명절인 음력설의 근원을 생각하고 보존하는 마음자세였으면 하는 바램이고 금년 정유(丁酉)년 닭띠해를 맞아 모두가 소원성취되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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