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명: 예산도서관
작성자: 신혜연
도서명: 소비를 그만두다
저자: 히라카와가쓰미
출판사: 더숲

 

인터넷으로 가계부를 쓰다 문득 깨달았다.

지난 몇 달 동안 하루도 돈을 지출하지 않는 날이 없다는 걸. 지출 내역을 다시 들여다본다. 이마를 찌푸려야 겨우 기억이 나는, 소소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다가올 추위를 걱정해 미리 산 극세사 이불, 출장길에 잠시 편의점에서 사먹은 레몬티, 두고두고 신어도 되겠지 하며 무료배송 금액을 맞추기 위해 필요보다 더 구매한 양말 열두 켤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기롭게 사 본 복권... 오히려 대단한 것을 샀으면 기억에라도 남을 것을, 이게 다 무엇인가 싶어 이마를 짚다가 다시 생각해 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매일매일 무언가를 사는 게 당연해진 걸까.

분명 어렸을 무렵까지만 해도 공책은 반드시 마지막 페이지까지 써야 하고, 연필은 작아지면 끝부분을 깎아 볼펜심에 끼워서 쓰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 사무실 책상 위에는 결코 끝을 볼 수 없는 색색깔 종류별의 필기도구가 가득하다. 펜을 끝까지 다 써서 버린 적이 언제였더라. 넘쳐나는 물건 속에서 꼭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찾기도, 그 무언가를 마지막까지 사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어떤 물건을 사는 것이 내가 누군가인지 알려주는 것과 같은 시대. 스트레스로 원하는 것을 사들이고, 지출이 느는 만큼 돈이 더 필요하고, 돈이 필요한 만큼 더 일을 하게 되어 더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을 저자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모순이라 말하며 소비와 생산의 균형을 맞추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제시한다. 적게 벌어 적게 쓰고 공동체와 환경에도 이바지하는 ‘소상인’의 길과, 삶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돈을 벌어서 쓰는 행위를 벗어나는 ‘탈소비’의 길이다.

현명한 소비. 내가 원한다고 생각한 것이 정말 나의 욕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나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따라 원하고 있는 것인지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된다. 당장 소비를 멈출 수는 없겠지만, 소비가 아닌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길 또한 자기 자존을 찾아오는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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