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 어린이가 전통놀이중 하나인 굴렁쇠를 힘차게 굴리며 경기장을 들어오는 퍼포먼스를 펼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추억의 굴렁쇠 하나가 얼마 전 우리집에 굴러 들어왔습니다.

 

 

“이게 해미읍성에서 굴렁쇠굴리기 대회에 참여했다가 우리 딸이 상으로 탄거유. 이제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데 굴렁쇠 굴릴 일 없을 것 같아서 드려유.”

 

 

그렇게 지인에게 건네받은 굴렁쇠를 갖고 주말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늦둥이 녀석 앞에서 몸소 시범을 보여주겠다면서 온갖 폼을 잡고 굴려보는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금세 나자빠집니다.

 

“옴마, 왜 안 된댜?”

 

방법도 모르면서 무작정 들이대니 잘 굴러갈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뭐든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무작정 밀어부쳤는데 그렇게 해서 되는 것 아니었습니다.

 

당장 검색을 해보니 벌써 굴렁대를 거는 위치부터 틀렸습니다. 검색결과를 근거로 오른손으로 굴렁대를 잡고 왼손으로 굴렁쇠의 윗부분을 살짝 잡았습니다. 굴렁쇠를 몸 가운데 놓고 팔을 앞으로 약간 뻗어 굴렁대를 바닥에서 약 45도 지점에 대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굴렁쇠를 몸 쪽으로 살짝 당겼다가 앞으로 밀어 굴려보았습니다. 그렇게 굴렁쇠와 굴렁대가 밀착되도록 미는 힘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헐~!! 굴러간다!! 앗싸!! 대박!!”

 

오만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달려가는데 힘 조절이 안 되었던 건지 얼마 못가 쓰러지고 맙니니다.

 

“쉽지 않네!”

 

그것 몇 번 굴렸을 뿐인데 구부정한 포지션으로 달리니까 다리도 아파오고 숨도 찹니다. 우습게 볼 일 아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버린 엄마로부터 굴렁쇠 넘겨받아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굴려보는데 맘처럼 굴러가지 않는 굴렁쇠 때문에 늦둥이 녀석이 울상입니다.

 

“안돼요! 힝~!!”

 

“뭐든 수십 번 연습하고 또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여. 처음부터 잘하길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고 잘못된 거여.”

 

어머니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작은 입을 꼭 다물고 굴려보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더니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우와~!! 굴러가요, 굴러가!!! 에고 넘어졌네! 제가 언젠가는 멈추지 않고 계속 굴리면서 달릴 때가 올까요?”

 

흥분하며 외치기가 무섭게 금방 나자빠지고 마는 굴렁쇠지만 언젠가는 잘 굴러가게 될 날이 꼭 올 거라고 굳게 믿으며 날이 저물도록 굴리고 또 굴려봅니다. 그렇게 늦둥이 녀석은 굴렁쇠와 씨름하며 자신도 모르게 순발력과 유연성이, 그리고 인내심까지 덤으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다른 날보다 일찌감치 곯아떨어진 걸 보니 운동이 적잖이 됐나봅니다. 그날 밤 화장실 가려고 중간에 눈을 떴는데 녀석이 웅얼웅얼 뭐라고 잠꼬대를 합니다. 귀를 가까이 대고 들어봅니다.

 

“굴렁쇠야, 잘 굴러라.”

 

꿈은 마음속 소망이 고스란히 담긴다고 하니 그날 밤 녀석의 꿈속에서는 굴렁쇠와 함께 멈추지 않고 신나게 달렸을테지요. 숨이 차오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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