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인 박 영 춘

네모에 앉아 네모를 먹고

네모에 서서 네모를 바라본다

네모에 누워 잠자며

네모를 만드는 꿈을 꾼다

삶은 네모에 갇혀 산다

앉거나 서거나 들여다보는 네모

스스로 질문 스스로 대답

네모에 갇혀 사는 삶

유혹을 미혹으로 끌고 가는 네모

받아들이고 받아들여도

넘치지 않는 바닷물처럼

유혹은 삶을 네모에 가둔다

날마다 네모 때문에

사람들은 그 안에서 울고 웃는다

네모에 갇혔다 풀려난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네모

한 생을 집어삼키는 네모

마지막 네모에 갇히면 흙이 된다

지지고 볶고 사는 방도

일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방도

들여다보는 네모진 쇳덩이도

영면하는 장소도 모두 네모다

산다는 건 나를 네모에 가두는 것

자유로 사는 길은 말뿐이다

네모에 들어가 네모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네모에 갇힌다

나를 가두려는 네모

하늘에 수도 없이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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