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시골마을로 남아 있는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모습

[이슈를 말하다]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 진상규명 요구, 청와대 청원 시작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는 북쪽의 안산으로부터 남쪽의 도비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중간 부분에서 동쪽으로 잠시 뻗어 나온 낮은 구릉을 따라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평원한 마을이다.

그 맞은편 동쪽으로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데 이들 평야는 간척 매립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예전에는 갈대밭이 무성했던 곳이다.

이곳 평화로운 마을에는 너무 슬픈 사연이 숨어있다. 이 동네에서는 ‘개척단’이라는 무시무시한 역사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다. 이제 11명만 살고 있는데 하나 둘 마을을 떠나거나 세상을 등진 것이다.

‘개척단’에서 살아남은 한 노인은 “내가 일한 값, 내가 일군 땅, 그에 따른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끌고 와 강제로 일을 시켜 피 땀으로 일군 땅을 국유지로 몰수한 국가가 밉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돈을 두배로 준다는 말만 믿고 따라와 보니 이곳 모월리였다는 것이다. 그 후 강제로 결혼까지 강요당하며 살며 굶주림과 폭행 속에서 자식까지 피눈물로 키웠다. 이 노인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납치당하다시피 끌려와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생지옥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11명 생존 노인들에 의하면 개척단 시절 6~7년을 짐승만도 못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몫으로 3000평 땅이 생긴다는 말, 개간하면 땅을 준다는 말에 이 마을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의 땅은 국유지로 몰수됐다. 죽을 고생으로 황무지를 황금벌판으로 만들어 놨지만 정부는 그 어떤 대가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제야 노인들의 한이 풀릴 것인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알려진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의 진상에 분노한 누리꾼들이 청와대 청원을 시작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박정희판 군함도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 진상규명과 이들에게 토지를 다시 돌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대한청소년개척단은 1961년 5.16쿠데타 이후 거리의 부랑아 등에게 갱생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만든 단체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수용소와 다를 바 없었던 서산의 폐염전에 갇혀 밤낮으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당시 군사정권은 부랑아와 깡패, 윤락여성들을 대상으로 지난 과오를 잊고 국가재건사업에 참여시키는 소위 ‘인간재생공장’으로 대한청소년 개척단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25쌍의 합동결혼식도 홍보 진행됐지만 정부에 의한 강제결혼이 대부분이었다.

조금만 견디면 개간한 땅을 나눠 준다는 정부의 약속에 이들은 고된 노역을 견뎠다. 하지만 단원들이 맨손으로 일군 개척지에서 막 싹이 트기 시작할 때 정부는 개척단원들에게서 그 땅을 다시 가져갔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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