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

시(詩)를 좋아하는 선후배 몇몇이

비 쏟아지는 날 오후에

막걸리를 한 잔 두 잔 수작이다

 

술이 무슨 바나나인 줄 아는지

어떤 선밴 막걸리를

한입 두입 베물어 마신다

술이 무슨 사탕수수인 줄 아는지

어떤 선밴 막걸리를 씹어 먹는다

 

막걸리를 베물어 시에 섞어 마심

막걸리를 씹어 시에 섞어 먹음

맛깔이 어떻게 다른지

후밴 막걸리를

베물어 씹어 시에 섞어 음미해본다

 

사랑 맛깔이 어떠한지

사랑을 베물어

미움과 섞어 마시면 어떨까 싶어

미움 맛깔이 어떠한지

미움을 씹어

사랑과 섞어 먹으면 어떨까 싶어

 

한 잔 두 잔 베물어 씹어

이것저것 섞어 마시다 보니

막걸릿잔 마신 수량을 잊어버려

나중엔 막걸리가 사람을

통째로 한잔에 마셔버리더군

미움도 사랑도 욕심도 허영도

시도 삶까지도 모두 다 섞어

한 잔에 들이마셔 삼켜버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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