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야우)

썰물이 만들어놓고 간

허무의 흔적

모래톱 위에

초연히 올라앉은 외짝 운동화

 

썰물의 미혹에 이끌려

멀리 떠내려간 외짝 운동화

밀물 따라 돌아오기 기다리는

실오라기

졸지에 매듭 풀려 홀로 남은

외짝 운동화 끈

 

사무침에 못 이겨

씻기어 내리는 눈물

흥건히 젖어 스며들어

무겁게 가라앉는 밑창

고독한 그리움

 

썰물 따라 얼떨결에 떠내려갔지만

밀물 따라 용케 돌아와

기적같이 다시 짝맞추어지길

바라는

외짝 운동화 옆 빈자리

바다 같은 그리움

 

혼자 남아 망연자실 주저앉은 허탈

발자국 얼룩진 운동화 뒤꿈치

유월 뙤약볕에 그리움 하얗게 옹송그렸다

뒤꿈치 펴지 못하는 외짝 운동화

더러 더러는

낭떠러지에서 벼랑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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