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날인 14일 오후 찾아본 무창포해수욕장에 연휴를 즐기고 있는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무창포 남쪽 해안에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에는 갑작스럽게 구름이 몰려오며 반팔 티셔츠가 춥다고 느껴지는 가운데 퍼런 비닐봉지 구멍 뚫어 조끼처럼 걸쳐 입고서라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갯벌 체험에 여념이 없고, 바닷물에 발 담그며 파도와 실랑이를 벌이는가 하면,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간의 의자 펼쳐놓고 앉아서는 서해바다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명절음식 도시락에 색색들이 싸와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누는 모습, 어느 집 손자 녀석 자꾸만 모래구덩이 깊이 파 들어가며 구덩이 깊이만큼 할머니를 사랑한다 고백하노라면 할머니 이마 주름살이 단체로 행복한 웃음 웃습니다.

 

엄마랑 아들이랑 나란히 조랑말 올라타고 해변을 거닐면 영화 속 주인공은 저리가라 낭만이 서릴 때, 말 두 마리 고삐 함께 잡고 연신 모래사장 오가며 주인장은 고될 법도 하지만 모처럼 찾아 온 명절 대목에 발걸음이 경쾌하기만 합니다.

 

“공주 군밤이다! 밤은 역시 공주 밤이여! 이 밤은 언제 먹어도 맛있더라!”

 

한 봉지 5천 원 하는 군밤을 약속이라도 하듯 너 나 없이 하나씩 손에 사 들고는 애어른 할 것 없이 전생이 혹 다람쥐 아니었나 의심될 만큼 쏙쏙 잘도 까먹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뻥튀기 아저씨와 소통이 안 돼 살까 말까 망설이는 관광객에 냅다 뛰어나와 판매를 도와주는 옆 가게 번데기 어묵 파는 아줌마 마음씨가 무창포해수욕장 해변만큼이나 참 아름답습니다.

 

“이 근처가 우리 친정집이에요. 얼마 전 여름휴가 때 다녀갔는데도 올 때마다 좋습니다. 부모형제도 만나고 내 동무 같은 바다도 만나고 게다가 아이들도 오면 집에 갈 생각이 없을 만큼 행복해 한답니다. 같은 여자니까 말씀드리는데 솔직히 시댁에서 일하고 이모저모로 받았던 스트레스 피로가 이곳에 오면 스르르 풀린다니까요.”

 

“직장생활에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고 해서 서울이 집인데 일부러 여기 들러볼 요량으로 서해안고속도로를 탔어요. 아이들이 갯벌체험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해서요. 오늘 드디어 바다가 보고 싶다던 아내의 소원까지 모두 이뤄졌네요. 이곳에서 하룻밤 자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남은 연휴를 알차게 보내려 합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라고 해서 오늘 여자친구랑 왔거든요. 아쉽게도 열리는 때가 이 달 초에 지났더라구요. 28일부터 또 열리기 시작한다고 하니까 다시 시간 내서 와야겠어요.”

 

사연도 목적도 가지각색 이곳을 찾은 분들과 넉살 좋게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사람들이 자꾸만 몰리는 곳으로 가보니 몸빼 바지에 검은 장화 신고 앉아서는 뻘건 도마 위에 갓 잡아 올렸다는 개불, 멍게, 낙지 올려놓고 숭숭 썰어 풋고추와 함께 내어주면 초장에 찍어 안주 삼아 소주 한잔 떡하니 들이키는 관광객들의 얼굴을 보니 말하지 않아도 세상 행복합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날이 언제인줄 모르고 찾아왔다는 젊은 남녀의 사연이 아쉬워 시간표를 찾아보니 9월 중에는 오는 28일(토)09:11~09:55, 29일(일)09:18~11:06, 30일(월) 09:45~11:55에 열리고, 10월 중에는 1일(화)10:21~12:34, 2일(수)11:04~13:05, 3일(목)12:02~13:22, 15일(화)10:19~11:05, 16일(수)10:48~11:34, 27일(일)08:19~09:48, 28일(월)08:38~10:46, 29일(화)09:09~11:31, 30일(수)09:47~12:07, 31일(목)10:33~12:35분에 열립니다.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추석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됐습니다. 연휴 기간 동안 장거리를 이동하느라, 또 평상시와 다른 환경에 노출되다 보면 피로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하다’는 생각 대신 ‘충분히 쉬었다’, ‘완빵 충전됐다’고 주문을 외워보세요. 활기찬 한주를 보낼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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