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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적막한 산사, 숲길에서 힐링을 얻다
내포숲길 이어진 개심사를 찾아서
[1호] 2019년 10월 14일 (월) 14:04:16 전미해 기자 jmhshr@hanmail.net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정한 한글날 오후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에 있는 개심사 향해 가는 길목, 이국적인 풍경으로 펼쳐진 서산 한우목장(한우개량사업소)에 때마침 방목해 기르는 소떼가 풀을 뜯으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은 푸르른 하늘을 감상하듯 우두커니 쳐다보는가 하면, 몇몇은 털썩 주저앉아 되새김질을 하고, 또 몇몇은 약속이라도 한 듯 줄을 지어 능선을 타고 자꾸만 오릅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에 관광객들 차에서 냉큼 내려 시선을 떼지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엄마, 마치 외국에 나와 있는 느낌이에요. 이곳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서울에서 나들이 왔다는 한 가족이 한참을 그렇게 머물러서는 감탄합니다.

 

이분들의 말에 조용히 공감하며 1차 힐링을 얻고 개심사에 도착하니 관광객을 실은 버스며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차량이 그득합니다.

 

입구에는 벌써 올랐다 내려온 여성 관광객들이 송화버섯, 표고버섯, 왕대추, 나물이며 뻘건 고추며 갖가지 잡곡 파는 노점 앞에 모여 주문을 해대고, 남성들은 그새 도토리묵 한 접시, 뜨끈뜨끈하게 갓 지져낸 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기분 좋게 기다려줍니다.

 

“어디서 단체로 오셨나 봐요?”

“이래두 되구(대구) 저래두 되구(대구) 대구서 왔써예.”

그렇게 위트 있게 대답하고는 어찌나 호탕하게 웃어대는지 제대로 힐링을 얻었구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잘 가시라’, ‘충남에 가볼만 한 곳이 참 많다’, ‘또 놀러 오시라’ 작별 인사를 하고 입구에 들어서는데 마침 흙빛문학 서산사랑 시화전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을 목격하고 더욱 기대하며 오릅니다. 여기저기 밤송이랑 도토리 뒹굴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제법 큰 소리 내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정겹습니다.

 

“우와! 저기 다람쥐에요! 청솔모 아니고 우리 토종 다람쥐에요.”

벌써부터 겨울채비에 바쁜지 뒤도 안돌아보고 내빼는 줄무늬 다람쥐는 언제 보아도 반갑습니다.

 

마음 씻는 골짜기 세심동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는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이 꽤 많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아주 천천히 내려오시던 한 어르신이 힘에 부쳤는지 납작한 바위에 걸터앉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믿거나 누굴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 개심사를 자주 찾아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어르신은 근심걱정 다 사라진 듯 부처님 같이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번지며 다시 가던 길 이어 내려갑니다.

 

개심사에 오르니 전시해 놓은 한 액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자영 시인의 ‘바람이 전하는 말’입니다. /개심사 세심동 지나는/돌계단 틈 질경이는/발자국 온기로 자란다/낮은 몸으로 공양 올리는/풀잎 보살 가벼운 몸짓도/구멍 숭숭 뚫린 잎도 빛나는 말씀이다/하늘도/경지에 구름을 내려놓는다/ 적막한 산사에서 나지막이 읊어보는 시는 더욱 맛이 있습니다.

 

이원형 시인의 ‘내가 사랑한 부처’도 시구가 참 아름답습니다.

/한사코 돌아설 줄 모르네/미소는 돌아설 줄 모르네/가뭇한 당신이라 하면 한참 그립고/머나먼 당신이라 하면 더 멀어질까/돌올한 당신이라 해야겠네/지는 해에 더 아름다운 당신/백제를 출발한 마애가/운산의 하늘을 받치고 있네/미소나 훔쳤으면 하는 어느 가슴팍을/또 돋을새김하시네/돌을 웃게 만든 국보급의 당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나들이 나온 일가족도, 대웅보전 맞은편 안양루에 나란히 줄지어 앉아 쉬어가는 사람들도 어쩐 일인지 지난 봄날 이곳에 그득그득 피어났던 겹 벚꽃처럼 화사합니다.

 

개심사에서 백암사지를 향해 가는 내포문화숲길을 이어 걸어보는데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가재 잡아보겠다고 돌맹이 바윗덩이 자꾸만 들쳐보느라 그렇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엄마도 아빠도 함께 들쳐보며 소득 없이 신발만 젖었지만 그 또한 추억이 됩니다.

 

별다른 채비 없이 오른 터라 멀리 가지 못하고 중간 즈음에 돌아 내려오는 길, 올랐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가봅니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굽이도는 작은 길이 시골길을 걷는 것 같아 정겹습니다.

 

무르익으면 이곳에서 느껴질 가을정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단체로 온 관광객들이 신발과 옷에 묻은 먼지를 설치된 장치로 칙칙 털어내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음에는 우리 마음먹고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산을 타보자고. 여기는 그냥 개심사만 쓰윽 왔다 가는 곳 아니었어. 숲길이 너무 예뻐. 완전 반했어.”

 

멀리서 왔다는 관광객들 불교문화의 유적지를 찾았다가 뜻밖에 발견한 내포문화숲길에 흠뻑 반했다니 내 미모에 반했다는 말 보다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는 자연 친화적인 테마별 숲길을 서산, 당진, 홍성, 예산군이 함께 힘을 합쳐 돈 많이 들여 조성했는데 그 가치를 발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적막한 산사, 정겨운 숲길에서 힐링을 얻고 내려와 그런지 한때 우중충 했던 우리 가족의 얼굴에 개심사 부처님처럼, 용현리 마애삼존불처럼 백제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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