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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가의도에서 만난 봄
[1호] 2020년 03월 09일 (월) 13:17:25 전미해 기자 jmhshr@hanmail.net
   
 
  ▲ 6쪽마늘밭에 비료주는 주민  
 

여느 때 같았으면 낚시객이며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타는 모습이 일상이었을 것을, 6쪽마늘에 뿌릴 비료포대 듬뿍 실은 대형트럭이 코로나19로 뜸해진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대신하여 신진도 안흥항에서 가의도(태안 근흥면 가의도리)를 향하는 여객선에 덜컹 덜컹 요란하게 오릅니다.

 

주말을 맞은 7일 오후 손에 꼽을 만큼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여객선 위로 흔한 새우깡 하나 던져주는 사람 없어도 갈매기는 환영의 날갯짓을 멈추지 않습니다.

 

바람이나 풍랑에 따라 남항으로 혹은 북항으로 접안한다는 안내와 함께 우리를 태운 여객선은 남항에 도착할 거라는 안내방송을 듣습니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가의도에서 성큼 다가 온 봄을 만납니다. 가신 님 기다리다가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잎이 발길 닿는 곳 마다 어여쁘게 피어나 반기고, 노루귀도 질 새라 앙증맞게 피어올라 엄마웃음 짓게 합니다. 이곳은 볕이 잘 들어서인지 쑥이 쑤욱 자라있고, 달래도 무더기로 올라와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습니다.

 

“거 찍지만 말고 달래도 캐고 쑥도 캐 가유.”

길 지나던 동네 아주머니 말에서 정겨운 인심이 느껴집니다.

 

코로나19와는 무관한 이곳 주민들에게는 마스크가 필요 없고, 사발이오토바이 타고 제법 가파른 길을 요란하게 오고가며 비료포대 나르는 모습도, 온통 초록으로 물든 마늘밭 마다 비료 통 옆구리에 차고 비료 주는 주민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마늘밭 침범한 잡초를 뽑아내고, 싸리 눈 닮은 하얀 비료를 연신 뿌려대던 한 주민에게 이 6쪽마늘이 효자겠다 말을 거니, “효자는 효자지.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큰 돈 되지는 않아. 외지인들 중에 간혹 여기 마을 사람들이 다 마늘밭에서 떼돈 버는 줄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 그것은 아주 크게 농사짓는 사람 얘기고, 우리처럼 밭 때기 얼마 안 되는 사람은 시내 나가서 식당 서빙 하는 것이 차라리 돈 되지.”

 

작게 농사짓는 이 분의 속사정을 들으며 이어 걷는데 마을 중앙에 450년 됐다는 은행나무 수호신처럼 여전히 버티고 서 있고, 작년 요맘때 낮은 담 너머로 고개 내밀고 사정없이 꼬리 흔들며 반겨주던 그 누렁이 여전해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 이곳은 커피숍도 펜션도 모조리 문을 걸어 잠가 지금의 시국을 말해주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 돋보기안경 낀 할머니가 운영하는 정겨운 점방에 들러 짱구과자 손가락마다 끼워 넣고 하나씩 빼 먹어가며 추억에 젖습니다. 커피숍이 문을 닫았다니 기꺼이 물 팔팔 끓여 일명 다방커피 한 잔 타 주는 점방 할머니의 인심이 고맙습니다.

 

몇 안 되는 도시에서 온 낚시꾼들은 낚시대 드리워 잡았다 놓아주고, 잡았다 또 놓아주며 욕심 버리고 감성을 얻어갑니다.

 

해변에 다다르면 보들보들 매끈매끈 동글동글 어여쁜 몽돌이 시선을 사로잡고, 물은 어찌나 맑은지 작은 물고기들 노니는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독립문 바위, 고운 모래 간직한 신장벌, 서해의 하와이라고 불리우는 이곳! 그저 아무런 목적 없이 걷다가도 문득 털썩 주저앉아 쉬어가노라면 힐링이 되고 마는 이곳 가의도 북항 선착장에 안흥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가 들어올 때 마음 속으로 내년을 또 기약합니다. 작년 봄 그랬듯이.


   
 
  ▲ 노루귀가 앙증맞게 피어나 완연한 봄을 알리고 있다.  
 
   
 
  ▲ 길을 따라 동백꽃길이 이어졌다.  
 
   
 
  ▲ 신진도 안흥항에서 가의도로 가는 여객선이 텅 비었다.  
 
   
 
  ▲ 사발이오토바이는 가의도에서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 6쪽마늘밭 김 매는 주민.  
 
   
 
  ▲ 가의도 주민들은 마늘밭에 비료를 주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길가에 무더기로 돋아난 봄나물 달래  
 
   
 
   
 
   
 
  ▲ 도시에서 찾아 온 몇 안 되는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감성을 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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