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목소리 현장에서 듣다

6일 오후 서산시 행정복지센터 한 관계자가 코로나19로 3월 11일까지 경로당 운영중단을 알렸던 안내문을 걷어내고 22일까지 연장된다는 안내문을 새롭게 붙이고 있었다. 경로당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겼고,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갇혀버린 듯 고요함만 가득했다.

 

“잘 걸어다니는 사람들이야 공원에라도 나가면 사람들 만나고 그럴텐데 나같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가까운 경로당에나 가야 친구도 만나서 얘기도 하고 소식도 서로 듣고 그러지. 경로당을 못 가니까 말할 사람도 없고 입에 거미줄 생길 지경이여. 내 생전에 이런 일은 처음이여. 언제쯤이나 코로난지 뭔지가 없어질라나 원. 에휴.” 동문1동 한 경로당 주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한 숨이 지금 시국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듯 했다.

 

시내 경로당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어르신들을 읍내동 호수공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일제히 하얀 마스크를 쓰고 옷도 따뜻하게 단단히 챙겨 입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쏟아지는 봄 햇살을 맞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경로당 문도 닫았지,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그러지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 죽겠어서 나왔지. 공원에라도 나오니까 살 것 같어. 사람들 지나다니는 것도 구경하고. 햇빛도 쬐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고 좋네. 다 좋은데 이놈의 마스크 좀 빨리 벗어 던져버리고 싶네. 며느리가 마스크를 꼭 하고 나가야 한데서 하고는 나왔는데 거추장스러워. 그렇지 않아도 잘 안 들리는데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말을 하니까 젊은 사람들은 잘 알아듣나? 우리들은 뭔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워. 늙었다고 무시할까봐 잘 안 들린다고 말도 못하고 그냥 눈치로 대충 듣고 말지 뭐.” 공원에서 만난 한 어르신에게서 마스크로 인한 뜻밖의 고충을 듣는다.

 

“도통 사람들이 나오질 않으니 견뎌낼 재간이 있어야지요. 벌어놓은 돈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안정이 될테니까 버텨낼 수 있지만 수입은 없는데 나가야 하는 돈은 정해져 있으니 문 열고 있으면 뭐해요. 그대로 적자인걸.”

정들었던 서빙직원, 주방아주머니와도 이별을 고하고 최근 폐업을 했다는 한 사장님의 넋두리에 소상공인들의 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방송에도 나오더라구요. 요즘 우리 택시기사들 현실. 사납금 다 채운 날이 몇 날 안돼요. 그만큼 제가 다 채워 넣어야 된다는 말인데 .. 참 할 말이 없네요.” 공원 옆으로 난 도로가에 세워놓고 잠시 쉬어가던 택시운전기사가 말을 잇지 못하고 빈 차에 시동을 건다.

 

서산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그나마 자유롭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댕댕이들 주인장과 함께 나와 산책을 즐기고, 어린 아이들은 싱싱카를 타며 내어 달리고, 학교도 가지 못하는 중고등학생들은 광장에서 보드라도 즐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중학생은 타던 보드를 멈추고 서서, “우리 이모가 대구에 사시는데 출근하시는 이모부 만 빼고 형이랑 누나랑 집에서 공부하고 진짜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온대요. 창밖으로 내다봐도 사람 찾아보기 힘들대요. 인터넷으로 먹을 거랑 필요한 거 주문하는데 제때 안 와서 어려움이 많대요. 그래서 우리 외할머니께서 제일 많이 속상해 하세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어서 담임선생님 얼굴도 모르고 새로운 친구들도 못 만나고 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에는 확진자가 없으니까 이렇게 밖에라도 나올 수 있구나 싶어서 감사함을 더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는데다가 폐쇄적인 공간이라서 게임방에 가지 못하는 것은 솔직히 많이 아쉽네요. 서울에 친구들이랑 놀러 못가는 것도요.”하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힘차게 굴려 보드에 가뿐히 오른다.

 

점심시간에 들러본 잠실감자탕 주인장 김기용 씨는 “코로나19로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포장주문을 하고 우리가 배달을 못해주니까 직접 찾으러 오신다. 집에서 가족끼리 안전하게 식사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지난 2월까지는 그런대로 점심시간에 대 여섯 테이블이라도 손님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못하다. 사람들 심리가 그런 것 같다. 천안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을 서산의료원에 받은 이후로 더 안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확진자 한 명 나오지 않은 서산지역도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3월 9일 현재 확진자 7,382명, 사망자 51명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이로 인한 사망자도 전무한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