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를 유지 해 달라’는 당부가 적힌 현수막이 무색하게 11일 오후 찾아 본 당진 왜목마을은 마치 한여름 성수기를 맞이한 듯 관광객들로 넘쳐납니다. 입구 너른 주차장은 차량들이 점령했고, 해변 모래사장 위는 빙 둘러 텐트들이 점령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모래사장은 안방이 되고 모래알은 이불이 됩니다. 자꾸만 삽질을 해 형님 다리 덮어주는 동생은 얼마나 열심인지 바지가 슬며시 내려가는 줄도 모릅니다.

"남편 출근해서 아이들 데리고 오늘 나와 봤거든요. 너무 집에만 있다 보니까 아이들끼리 싸우고, 그 꼴을 보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어느 날은 아이들이랑 제가 싸우고 있는 거에요. 이대로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 없어도 혼자 설치할 수 있는 텐트를 구입해 설치해 줬더니 저리도 좋아하네요. 아이들도 저도 스트레스가 다 해소된 느낌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까 음식점 방문은 절제하고 있어요. 라면도 끓여 먹고, 삼겹살도 구워 먹으면서 이른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돌아갈 생각이에요.” 남편 없이도 아이들과 집을 나서 캠핑을 즐기는 젊은 엄마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지락 캐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많이 캐고 못 캐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요.”어느 집 아빠는 테이크아웃 해 다 마신 커피 잔에 아이들이 캔 바지락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바지락은 비타민이 풍부하고 특히나 빈혈예방에 좋을 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주며 영양소는 풍부한 대신 칼로리와 당분이 낮아서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라니 바지락 꾸러미 양손에 꽤 묵직하게 들고 나서는 어느 집 일가족은 넉넉하게 드시고 건강해지겠네요.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 나는 모습도 보면서, 물 팔팔 끓여 종이컵에 믹스커피 한잔 탈탈 털어 넣고 휘휘 저어 마시는 그 기분 아시죠? 이런 게 힐링이구나 싶어요. 이 상쾌한 바람이 생각나서 자주 이곳을 찾을 것 같아요.”어느 집 아빠가 캠핑의자 펼쳐놓고 눕듯이 앉아 커피 한 사발 들이키면서 한 주간 쌓였던 피로를 싹 다 날려버립니다.

 

“매년 이맘때 장고항에서 실치회 먹고 여기에 와서 놀다 올라가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축제는 취소됐지만 올해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 식당에 들어가기는 좀 그렇고 포장을 해서 갖고 왔어요. 여기서 오늘밤 자고 내일 올라갈 계획이에요. 바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몰려 있지 않고, 우리 가족끼리 먹고 자니까 텐트가 그나마 안전한 것 같아요.” 매년 이맘때 이곳을 찾는다는 서울 사는 일가족이 명당에 자리 잡고 텐트 설치를 막 끝냈습니다.

 

“주중에는 한가로웠는데 주말 되니까 관광객들이 이렇게 많이 오네요.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캠핑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모퉁이 한켠에 물 빠질 때마다 직접 땄다는 미역을 줄줄이 걸어 말리고 줄기를 마저 손질 하고 있는 한 관광객은 시간이 될 때마다 전국을 누비며 여행을 하는데 이곳 왜목마을에는 지난 수요일에 와서 3일 밤을 이곳에서 지내고 오늘 부천으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3박4일 동안 기분 좋은 추억만 안고 돌아가시길 기원하며 선착장으로 향하는데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열정이 넘쳐 차마 앉지도 못하고 일제히 서서 낚싯대 드리우고는 대어를 낚는 꿈을 꿉니다.

 

해변을 찾는 사람이 많은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의식해서인지 폐쇄공간인 '요트 세계일주 홍보 전시관'은 안내자 말고는 텅 비었습니다. 문 앞에 전시된 학생들 디지털 환경사진 공모전에서 선발된 우수작품 사진만 둘러보고 지나갑니다. 주변 식당가에도 아직은 발길이 뜸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따위는 염려 않고 마음 놓고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대하고 북적대서 관광객들도 소상공인들도 함께 웃음꽃 피울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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