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

흔들리는 마음 다잡아

나른한 봄볕에 나앉은

너부죽한 거꿀달걀꼴 이파리

길바닥에 납작이 눕혀놓고

밑바닥 삶 몸소 겪는 질경이

 

봄빛봄볕 정답게 꽃피는 양지쪽

온화한 터전 마다하고

하필 길바닥에 엎드려

밟히고 짓밟혀

질기고 질긴 모진 생명

만병통치 특효약으로

온몸 남김없이 다 바치는 질경이

 

길바닥 수행 언제 끝내려는가

그대 몸 어디서 왔는가

그대 바람 무엇이 되고 싶음인가

 

바라건대 창궐하는 몹쓸 놈과

싸워 이겨내는 힘

소멸 퇴치하는 효험

하나만 더 지녀주소서

작지만 큰일 이루어낼 수 있는

큰 믿음 남겨주소서

 

길바닥수행 끝나는 날

나 그대 몸에 들어가

일체 지지 않는 강한 삶으로

다시 꽃피는 효험 빚어드리리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