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니까 멋 좀 내볼까 하여 풀어헤쳤던 머리 여지없이 질끈 묶게 만드는 요란한 바람이 불어대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 중턱에 자리 잡은 부석사를 찾아보았습니다.

부석사는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도비산(島飛山)에 있는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승려 의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하는 사찰로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5호입니다.

일주문을 통과해 부석사를 향해 가는 길은 구불구불 어여쁜 숲속길이 이어져 걸어 올라가도 꽤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좁은 길을 오르내리는 차량들이 적지 않으니 주의해야겠습니다.

차를 타고 1킬로미터 가량 달리는 내내 우거진 숲속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찬란하게 부서지고, 풍경이 아름다워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요망한 12세 아들놈은 훗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름다운 이 길을 꼭 드라이브 하리라 공개적으로 계획합니다.

금새 도착한 부석사는 고요하기까지 합니다. 노모와 함께 찾은 딸이 벤치에 나란히 걸터앉아 도란도란 정을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고, 천천히 걸어오르는데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한 느티나무는 좌로나 우로나 큰 바위로 가로막혔는데도 불평 없이 꿋꿋하게 자란 가지들이 푸른 창공을 뚫고 시원하게 뻗어 올랐습니다. 사람이 저 척박한 환경에 놓였더라면 어지간히도 궁시렁댔을 것을.

이곳을 찾은 이라면 누구라도 먼저 눈길이 닿는 곳이 있으니 이름대로 구름이 앉아 쉬어갈 것만 같은 ‘운거루’에 올라 전망을 보면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돌계단을 오르니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오르면 오를수록 더 멀리, 더 아름답게 보이는 전망에 정신없이 셔텨를 눌러대는데 흔들의자에 나란히 앉은 부부의 뒷모습에 평화로움이 가득 묻어나 또 한 번 누릅니다.

고목이 된 향나무 아래 선 동자승 동상들이 주머니에 손 넣고 지긋이 눈을 감은 채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 있습니다. 옆에 서서 따라해 봅니다.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습니다.

심검당 앞 약수터에는 꽃잎 한 장 띄우고 조롱바가지 대롱대롱 매달려 운치를 더해줍니다. 조롱바가지 한가득 물을 떠 마셔보니 소문대로 부석사의 명물이 맞습니다. 속 시원해져 기분 좋게 내려오는 길 무심하듯 여기 저기 자리 잡은 바윗덩이 앞에 곱게 물든 한 두 송이 튤립이 시선을 빼앗고, 바위 틈새마다 소소하게 피어난 민들레도 부석사의 봄을 말해줍니다.

“간월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어서 정말 별 기대 없이 찾았는데 걸어올라오는 동안 이어지는 숲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했구요, 멀리 천수만까지 탁 트이는 전망에 감동했구요, 북적대지 않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제대로 힐링하고 가네요.”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한 관광객이 “서산은 예쁜 곳이 참 많은 것 같다.”면서 걸어내려가는데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는 이유가 뭘까요.

이곳에서는 그저 무엇을 굳이 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걷다가도 아무 곳이나 툭 걸터앉아 있다가만 돌아와도 힐링이 됩니다. 천년고찰 부석사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해 풍경이 명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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