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3일 오후 한 연인이 우산을 쓰고 벚꽃이 만개한 당진천변을 걷고 있다.

요즘 벚꽃명소마다 만개해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조치와 함께 온통 출입을 금하겠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2일 오후 한 애독자가 “운산이나 해미로 가서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났을 그 모습 보고 싶은데 그 마음 꾹 누르고 집 앞 서산 호수공원을 운동하려고 찾았다. 여기도 만만치 않게 예쁘게 피었다. 덕분에 울적했던 마음도 활짝 피었다.”며 나름 최선을 다해 각을 잡아 찍은 사진과 함께 소식을 전해옵니다.

독자도 소식을 전해보겠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는 성의를 보이는데 기자가 비 온다고 집에서 배 깔고 누워 전이나 부쳐 먹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그리하여 하루 종일 봄비가 내린 3일 오후 당진천변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벚꽃명소로, 해마다 이맘때쯤 해서 벚꽃 길 걷기축제가 열리는 곳입니다. 축제가 아니더라도 평상시 같았으면 북적거렸을 이 거리가 비가 내려 한산합니다.

우산을 쓰고서라도 꽃잎으로 수놓아진 길을 걷는 아내와 남편에게도, 연인들에게도, 뒷걸음질 쳐가며 아내와 아이들 모습을 최고 예쁜 모습으로 사진 속에 담아보려는 아빠의 마음에도 온통 꽃잎으로 물들었습니다.

“벚꽃은 비가 내리고 나면 금세 져버리잖아요. 지금 못 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 우산 챙겨 아이들한테 무작정 나가자 하고 데리고 나왔어요. 비가 와서 어쩌면 다행이다 싶어요.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안전하니까요. 작년에는 이마저도 못해서 참 많이 속상했었는데 오늘 그 서러움이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에요.”

비가 내리지만 벚꽃나들이에 출동한 일가족의 얼굴에 일제히 웃음꽃이 만개했습니다.

“여기 앞에서 여자 친구랑 자장면 먹으면서 창밖을 봤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세상에나 당진에 이렇게 예쁜 길이 있었네요. 안 걸어볼 수가 없잖아요!”

올해 당진으로 발령받았다는 한 젊은 총각이 우산 하나 둘이 함께 받쳐 들고, 꽃같이 어여쁜 여자 친구 손을 꼭 잡고 걷습니다. 부럽게!

아까부터 홀로 걷던 아가씨가 벚꽃으로 수놓아진 어여쁜 길을 차마 그냥 지나쳐 갈 수 없었는지 우산 쓰고 주저앉아 풀잎을 따서는 여유롭게 이리저리 꾸며봅니다. 누구와 함께여도 좋지만 깊이 사색하며 혼자 걸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아가씨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이렇게 멈춰 서는 것도 동의를 구해야 하니 말입니다.

한 어머니의 말씀대로 어쩌면 다행히 비가 내려준 덕분에 안전하게 초록 풀잎, 노란 개나리, 화사한 벚꽃, 홍 목련, 개울물 소리, 또도독 또도독 빗방울 소리까지 자연의 품에 안겨 오롯이 꽃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비가 내려 꽃 다 떨어진다고 원망하고 아쉬워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가 내려 어쩌면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네요. 이래저래 어려운 시기지만 긍정의 마음을 품고 헤쳐 나갈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 ​​​​​​​2일 오후 서산호수공원에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한 연인이 어여쁜 배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독자제공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