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사는 한 지인의 사연입니다.

당진 석문산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의 회사는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유망한 벤처기업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량 수출하며 호황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봄 미국도 중국도 수출길이 모두 막히면서 어려움이 시작됐습니다.

수익이 좋은 수출에만 집중했던 터라 국내 시장은 전무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내 시장을 하나씩 뚫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 여 에 걸쳐 국내 시장 유치에 매진한 결과 거래처가 꽤 많이 늘었습니다. 희망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수출이 막히는 바람에 매출이 전무한 가운데서도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나가야 하니까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재료를 사야 그동안 뚫어놓았던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는데 재료 살 돈이 바닥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비롯해 다각도로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알아보았습니다.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가 “지금 신청해도 3월에나 될 것 같다.”는 안내에 서둘러 접수하고 한시가 급했지만 그래도 여차저차 견딜 만 하겠다 여기며 어렵사리 버텨왔는데 정작 올해 3월이 되어 돌아온 답변은 “해드리고 싶은데 자금이 바닥이 났다. 내가 언제 3월에 된다고 했느냐, 3월에 보자고 했지.”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뜻밖의 답변에 황당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또 다른 곳에 문을 두드려보았습니다. 주거래 은행을 찾아가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여도 새로운 거래처가 이렇게 많고, 수출도 이렇게 많이 계약돼 있으니 조금만 도와 달라”고 애원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또 혹시나 하고 두드려 본 곳에서는 “우리는 소상공인들만 지원한다. 중소기업은 안 된다.”는 답변이 다반사였고, 그나마 한 군데서 “접수는 해보라. 그것도 가봐야 알겠지만 서류 접수부터 심사를 거쳐 결정 나기까지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는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6개월 후면 버티지 못하고 이미 모든 상황은 종료될테니까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려고 적잖이 복잡한 서류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1년 내내 공들여 뚫어놓은 거래처에 납품할 수 없게 되자 눈물을 머금고 한 사람 한 사람 전화를 돌렸습니다. “철썩 같이 믿었던 곳에서 돈이 조달되지 않아 납품할 수 없게 됐으니 다른 곳에 의뢰하시라”고.

사업장 공간도 모자라 아직까지 한가로운 산단 도로 주변까지 높이 쌓아올리고 가득 채워져 있던 재료들도 돈을 못주니까 모조리 실려 나갔습니다. 지난 1년 쏟아 부었던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이날 아내도 울고 남편도 울었습니다.

수출 길도 열려 올해 9월부터 수출하기로 계약된 곳이 여러 곳인데 이마저도 약속을 이행할 수 없게 돼 망연자실입니다. 이제 직원 월급도 이 달 주고 나면 바닥이라고 했습니다. 연수생들 데려다가 기술 가르쳐 채용한 직원들 내보낼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부담스럽지만 제2금융, 제3금융이라도 노크해봐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연을 듣고 중소기업 지원정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여기 저기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중소기업이 경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당장 한시가 급한 기업인들에게 서류접수부터 심사까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며 그것마저도 결과는 가봐야 아는, 무용지물 정책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거저먹겠다는 것 아니고, 닥친 어려움 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를 써 온 작고 힘없는 기업인들은 대체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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