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시 부석면 대두리 일원 논밭에서 한 직원이 땡볕 아래 노출된 채 드론을 이용해 폭염 안전사고 등을 예찰활동 하는 모습.

지난 한 주간 충남도청에서는 연일 폭염주의보를 알리며 야외 활동 시 물을 자주 마셔라,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써라, 그늘과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여 휴식을 취하라는 등의 안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비가 좀 내리면 시원해지려나 기대했는데 잠시 내려준 비에도 무더위는 꼼짝도 않습니다.

기상청에서는 이제 앞으로 한 주간 내내 전국에 비가 내릴 것을 예보하면서도 높은 습도 탓에 더위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서산시, 당진시, 아산시, 계룡시 등 지자체에서는 폭염 속 도심 온도를 낮추려고 살수차량을 임차해 하루에 서너 번씩 물을 뿌리기도 합니다.

정부에서는 독거노인 등을 비롯해 폭염 취약층을 위해 무더위쉼터를 대폭 확대한다며 폭염 대비 행동요령 포스터도 붙이고, 마을 방송을 통해 무더위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폭염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다수가 모이면 확산이 우려된다며 쉼터를 폐쇄했습니다. 노인들의 사랑방 기능을 해주던 무더위쉼터는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지난 주말 주변 마을을 돌아보며 마루에서 선풍기를 끼고 앉아 쉬고 있는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그나마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일을 할 수 있으니까 4시에 나갔다가 아침 9시에 돌아와 한낮에는 집에서 선풍기와 씨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같은 할마이 사는 집에 에어컨이 어디 있슈. 선풍기를 끼고 살다시피 해도 그냥 땀이 줄줄줄 나면 하루에도 여러 번 찬물 뒤집어쓰면서 견디는 거쥬.”

요즘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한 주부는 “가정형편이 좋은 분들은 하루 종일 에어컨 틀고 지내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더라구요. 남편 혼자 벌어 사는데 하루 종일 에어컨 틀어놓고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요즘 하필 코로나가 극성이다 보니까 도서관에 가면 좋은데 사람들 몰릴까봐 겁나고, 어디든 마음대로 나다닐 수도 없고 커피숍도 하루 이틀이죠. 매일 더위와 전쟁이네요.”

남편 사업장이 어려워져 모든 통장이 차압에 들어가 자금이 묶여버린 한 중년 아주머니집도 더위로 고통이 더해졌습니다.

“월세니 전기세니 다 밀려 있는 상황에 동사무소에서 그나마 월세 일부를 지원해줘 버티고는 있는데 덥다고 에어컨을 틀 수 없지요.” 집 보다는 밖에 나무그늘이 차라리 낫게 여겨져 부채 들고 나와 있다는 아주머니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립니다.

“은행에 볼일이라도 있으면 거기서 좀 쉬었다 오겠는데 볼일도 없이 거기까지 걸어가는 것도 일이니 그냥 이렇게.....”

서민들이 폭염 속 여름을 나는 일은 고난 그 자체입니다. 특히 갈 곳 잃은 노인들이 푹푹 찌는 집안에만 있다가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차피 한낮에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데 논밭에서 일하다가 쓰러지는 노인이 있는지를 살피겠다고 드론을 띄워 예찰사업을 하는 지자체도 여럿 있습니다.  땡볕 아래 서서 드론 띄우는 직원이 폭염에 노출되는 것은 괜찮은 걸까요. 보이기식 행정 말고, 무더위 쉼터 폐쇄나 비대면 안전 관리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 대책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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