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수북이 내려앉은 당진 남산공원을 찾아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일주일을 맞은 지난 주말, 매스컴에서는 단풍이 절정을 이룬 전국 명소마다 행락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요즘은 문 밖만 나서도 거리마다 울긋불긋 단풍도 은행잎도 곱게 물들었는데 날씨까지 좋아 집에만 머문다는 것은 손해를 듬뿍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월요일부터 며칠간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기온도 뚝 떨어진다고 하니 어쩌면 마지막 단풍구경이 될 것 같기도 해 7일 오후 서둘러 집을 나서 당진 남산공원을 찾아보았습니다.

나처럼 가까운 공원에서라도 늦가을 정취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걷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화려하게 펼쳐진 만추의 풍광 앞에 감탄사를 쏟아내며 사람들 높다란 나무를 고개 젖혀 바라보며 발걸음을 자꾸만 멈춰섭니다.

어린 아이들은 수북이 내려앉은 낙엽더미를 두 손 가득 움켜쥐었다가 흩뿌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젊은 아기 어머니들은 흠도 없고 점도 없이 고운 빛깔의 은행잎, 단풍잎을 마트에서 유통기한과 성분을 분석해 가며 신중하게 장보듯 한 장 한 장 골라 핸드백에 담습니다.

“학창시절 책갈피에 은행잎 하나 단풍잎 하나 꽂아두었다가 나중에 펼쳐보면 예쁘게 말랐거든요. 시도 한편 적어 함께 코팅해서 선물하면 친구가 환하게 웃었던 추억이 있어요. 그것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

아이 키우느라 그동안 감성은 사치였던 어머니들이 오늘만큼은 가을을 닮은 소녀가 되어봅니다.

“멀리 갈 것 없네요. 집 가까운 공원에서도 이렇게 멋진 단풍을 볼 수 있는걸요. 예전에는 단풍명소가 어딘지 검색해 거리가 멀어도 다 찾아다녔었는데, 그래야 제 맛이려니 했는데, 오늘 이렇게 집 앞 공원을 걷다보니까 그 어떤 명소도 부럽지 않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가족과 함께 나왔다는 일가족이 아이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아빠는 대충 휘휘 저어 종이컵에 타 온 믹스커피 한잔 손에 들고 홀짝이면서 허름한 슬리퍼 신고 은행잎 수북이 쌓인 숲길을 아내와 함께 여유롭게 걷는데 값비싼 커피가 아니어도, 메이커 신발이 아니어도 그 누구보다도 참 행복해 보입니다.

“여기가 포토존이네! 앉아봐! 그렇지! 환상적이다!”

푸른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단풍이 애인 손잡고 걷다 말고 털썩 주저앉혀놓고는 이렇게 저렇게 카메라 각도를 달리 해가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젊은 청춘들의 열정을 어쩌면 그리 똑 닮았습니다.

동호회에서 만나 절친이 되었다는 할아버지 두 분도 조용조용 담소를 나누며 폭신폭신한 은행잎 카펫 위를 요란하지 않게 걷습니다.

한 바퀴 휘돌아 나와서 셀카를 찍어보니 집에서 나올때만 해도 꽤나 우중충했던 얼굴에 가을빛깔 닮은 웃음이 가득 채워지고 나니 나름 괜찮은 여자로 비춰집니다. 

오고 가는 길 힘겨웁게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주차 걱정 없이, 표를 끊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지갑 없이 대충 입고 나와도 되는 소박한 가을단풍나들이, 가까운 공원에서 즐겨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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