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

꽤 오랜 세월 더듬어왔건만

삶은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알 듯 알 듯 하다가도 잊어버리고

뒤적거리고 캐묻고 느껴도 보았지만

삶이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매일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매일 전개되는 생활상은 다르다

길도 모르고

방향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세월에 밀려온 것만 같다

 

하늘 높이 뛰어올라 구름위에 앉을 것 같은 그런 용기

지구를 짊어지고 달나라로 내달려갈 것 같은 그런 능력

하면 되지 안 될 것 없을 것 같던 그런 패기

영원부터 살아왔고 영원까지 살아갈 것 같은 그런 믿음

다 어디로 갔을까

 

훤히 보이던 눈길 가물가물 침침해지고

쟁쟁하던 귀청 사락사락 바람결 같아지고

밤 새워 떠들던 입담 어눌해지고

한 발작 걷다 생각 더듬고

두 발작 걷다 기억 더듬고

발자국마저 옮겨놓기 어려워 발걸음이 더듬거린다

삶은 반딧불처럼 왔다가 별빛처럼 깜박거림인가

삶은 이렇게 더듬더듬 더듬어 살아가는 더듬이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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